[게이소설 130] 소년에게 키스를

오늘 밤도 제시간에 잠들지 못할 것 같다.
벌써 며칠째다.
이미 오래전 일인데…
잊어버린 줄 알았는데…
이제 와서 그 아이 생각에 잠 못들 줄이야…
며칠 전,
늦은 귀가와 추운 날씨에 사람들 틈을 비집고 정신없이 걸어가던 중이었다.
버스 정류장에 도착해 서 있는데…
어디선가 본듯한 청년이 서 있었다.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그는,
옆에 애인인 듯 보이는 여자와 함께 서 있었다.
그런데 보면 볼수록 청년의 얼굴이 낯이 익었다.
한참을 바라보다 마침내 그 청년과 눈이 마주쳤다.
순간 숨이 멎을 뻔했다.
아주 오래전…
그러니까 7년 전의 일이었을 것이다.
종례를 마치고 여느 날과 다름없이 집으로 가기 위해 나는 주차장으로 가고 있었다.
차에 오르려는데 한 아이가 뛰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자세히 보니 옆 반 아이였고,
남자인 내가 봐도 몹시 귀여워 보이는 아이였다.
새 학기가 시작된 지 얼마 안 되는 시점이라 그 아이가 누구인지는 자세히 몰랐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 아이에게 말했다.
“몇 반이냐? 왜 이리 늦게 가. 여기 타라.”
이렇게 말하고 그 아이를 차에 태웠다.
아이는 고맙다며 차에 올랐다.
나는 그 아이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 아이도 의외로 말을 잘했다.
말을 하면서도 나는 정신 없이 그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너무나 맑고 투명하고 귀여운 미소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한참을 가서야 아이를 집에다 바래다주고 뒤돌아 오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내 모습이 너무 우스웠다.
남자에게…그것도 소년에게…
반하는 내 모습이라니…
그런 내 모습이 하도 우스워, 운전하면서 한참을 소리 내어 웃었다.
고등학교 2학년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의 귀여운 외모.
하룻밤을 꼬박 그 아이 생각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다음 날 나는 그냥 집에 갈 수가 없었다.
주차장에서 시동도 켜지 않은 채 그냥 가만히 앉아서 그 아이가 지나가기를 빌고 또 빌며 정문만을 바라보았다.
나의 간절함이 통했는지
그 아이가 어제처럼 똑같이 뛰면서 정문을 지나가려 했다.
나는 급히 차 시동을 켜고 그 아이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거짓말을 했다.
“어! 또 보네. 선생님이 태워다 줄까? 오늘 선생님 그쪽으로 가야 하는데.”
나의 이 말에 아이는 기쁜 표정과 함께
그리고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어제 보여주었던 그 예쁘고 귀여운 미소를 내게 보여 주었다.
운전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밖이 어두워서가 아니라, 그 아이를 바라보느라,
그리고 가슴이 심하게 두근거리고 손이 떨려서 제대로 운전이 되지 않았다.
그런 내 마음을 느꼈는지 그 아이는
“왜 그러세요. 선생님?”라고 물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그 아이의 입술에 키스를 하고 말았다.
나의 이런 행동에 놀랐는지 아이는 차에서 내려 도망치듯 뛰었다.
뛰는 아이를 잡을 듯이 나는 따라갔다.
아이 앞에 서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렇게 얼마간 둘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서 있었다.
그리고 아이는 “죄송해요. 너무 놀라서…”라는 말뿐,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아이를 다시 태우고 집까지 데려다 주었다.
그리고 지금,
그 아이가 무척이나 그립다.

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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