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장소설 2] 편의점에 나타난 여장남자

나도 그 여자처럼 해보고 싶었다.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그 귀신 같다던 여장남자 말이다.
그녀가 입었던 것과 비슷한 길이의 초미니스커트를 입고, 검은색 하이힐에 긴 머리 가발을 쓰고 새벽 2시에 집을 나섰다.
얼굴엔 짙은 화장과 함께 붉은색 립스틱을 발랐다.
거울 속의 나.
마치 귀신처럼, 일본의 가부키 배우처럼 보였다.
인터넷에 올라온 그녀의 사진을 보고 이해 안 간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남자가 왜 재수 없게 그렇게 다니냐고 물었다.
당연하다.
남자가 여장한 것도 모자라 귀신같은 모습으로, 그리고 기분 나쁘게 서 있었으니 말이다.하지만 나는 이해한다.
나 역시 여장남자이기 때문이다.

여장남자
여장 후 여자처럼 보이기를 원하고, 사람들로부터 예쁘다는 칭찬을 듣고 싶고, 여자로 인정받고 싶은 게 여장남자의 심리다.
그래서 나 역시 종종 인터넷의 그 여장남자처럼 행동한 적이 있다.
그러므로 이 기사, 나에겐 그리 놀라운 내용이 아니다.
오늘의 목적지는 동네의 외딴 편의점.
24시간 운영하는 곳이다.
거리를 조금 배회하다 그곳에 도착한 시각은 새벽 3시.
아르바이트 직원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짧은 치마와 야한 화장 때문에 들어갈 때부터 종업원의 시선을 끌었다.
온몸으로 야릇한 쾌감이 전해졌다.
구석으로 가 물건을 고르는 척했다.
허리를 조금만 숙여도 드러나는 팬티,
지금 치마 안에 입은 팬티는 하얀색 레이스 팬티다.
나는 레이스 팬티를 참 좋아한다.
가지고 있는 여자 속옷 대부분이 레이스로 되어 있다.
아르바이트생의 관심을 끌기 위해 허리를 최대한 숙이고 진열대 맨 아래쪽에 있는 물건을 고르는 척했다.
그가 그런 내 모습을 훔쳐보고 있을 거라 생각하니 더욱 짜릿했다.
커피 한 개를 골라 계산대로 갔다.
계산대에 커피를 올려놓으며…
“저…저기요.”
“네?”
“저 혹시 여자 같나요?”
“네?”
“저 여자 같아요?”
“네….”
“감사합니다.”
“사실은 저 여장남자거든요. 예쁘죠. 진짜 여자 같죠?”
“네?”
그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내 입에서 흘러나오는 남자의 목소리,
그것 때문에라도 내가 여장남자라는 사실을 믿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사진 찍으셔도 돼요.”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참았다.
그에게 여장남자란 사실을 밝힌 것 만으로도 충분하다.
내일 아침 그는 사람들에게 내 이야기를 전할 것이다.
사장에게, 동료에게, 친구에게, 그리고 가족에게.
어젯밤 우리 편의점에 여장남자 나타났었다고.
편의점에서 나가는 내 뒷모습을 그가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나는 그가 보란 듯, 엉덩이를 요염하게 흔들며 가게 문을 나왔다.
그 길로 한적한 공원으로 가 벤치에 앉아 편의점에서 사 온 커피를 마셨다.
상쾌한 바람이 다리 사이로 불어왔다.
치마 안이 무척 상쾌해졌다.
오늘 편의점에서의 여장 놀이가 무척 재미있었다.
남자의 표정과, 내일 그가 풀어 놓을 나에 관한 이야기를 생각하니 더욱 즐거웠다.
여장이 이렇게나 즐겁고 재미있다.
인터넷의 그 여장남자도 아마 나와 같은 기분이었을 것이다.
여장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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