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얘기를 해볼까?
4~5년 전만 해도 하이힐이라고 하면 5~7cm가 대부분이었다.
9cm도 없는 건 아니었지만, 노는 언니들이나 신는다는 인식이 있었다.
그런데 이게 또 점점 올라가더니 9cm를 넘기면 발목에 무리가 가니까 이젠 앞굽(일명 가보시) 1~2cm를 대서 부려 11cm 안팎의 힐들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오히려 앞굽 있는 제품이 쿠션이 좋아서 더 편하다고 한다.
스트랩도 처음엔 두세 가닥이면 충분했는데 올해 유행하는 스트랩 가보시 힐은 정말 징그러울 정도로 끈이 많고 포르노에서나 보던 바로 그 신발이 이젠 대중적으로 유행하고 있다.
정말 끝없이 바뀌는 게 유행이고 또한 복고라고 해도 완전 복고가 아닌 새로운 점을 가미한 복고가 등장하니 옷장에 쏟아질 정도로 많은 옷을 가지고도 입을 옷이 없다는 여자들의 한숨이 이해가 된다.
그런데 최근 유행 향방을 가만히 보면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으나 역시 키워드는 ‘말초신경 자극’쪽으로 가는 것 같다.
무척 짧은 치마, 핫팬츠, 올라타는 하이힐, SM물에서나 볼 수 있었던 가죽제품들…
이런 것들을 여자도 아닌 남자의 몸으로 어떻게 소화해 낼 수 있을까?
위에서 말한 것처럼 시디는 여성성을 즐기기 위해 여장을 하는 것이므로 초보 때는 화장을 해도 지나치게 진하게 하고, 가발을 골라도 아주 길거나 세팅 파마가 된 머리를 고르고, 옷을 입어도 지나치게 섹시한 옷을 고르곤 한다.
뭐 스스로 즐기겠다면 무슨 옷을 입든 상관있겠냐만은…
그래도 가능한 한 진짜 여성에 가까워 보이고 싶다면 좀 더 신경을 써야 하지 싶다.
기본적인 아이디어의 출발점은 아래와 같다.
남자나 여자나 공통으로 입는, 예를 들어 똑같이 면티에 청바지를 입었는데 왜 남자는 남자처럼, 여자는 여자처럼 보이는 걸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대략 5가지로 요약된다.
1. 어깨
머리 폭, 어깨 폭의 비율이 확실히 남자가 넓다.
이건 뭐…방법이 없다.
팔이 가늘면 민소매처럼 소매 없는 옷이 효과를 보일 때도 있지만 그렇다고 움츠리면 등이 나와서 뚱뚱해 보이고, 그냥 최대한 팔에 힘을 빼는 수밖에 없다.
2. 가슴
가슴을 너무 쉽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브라 채우고 공간을 채워 넣는다고 다 되는 건 아니다.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업 할 때 가슴의 위치가 다소 높다는 것이다.
특히 컵을 크게 잡을수록 더 낮춰야 한다.
가슴이 크면 아무리 브라를 해도 조금씩 쳐지기 때문이다.
길을 가면서 보통 여성분들의 가슴 위치가 어디쯤인지 유심히 연구해 보시라.
(그렇다고 대놓고 쳐다보면 경찰서로 간다. 조심!)
3. 허리
다른 여장 사이트에도 나와 있지만 남자와 여자는 허리의 위치가 다르다.
보통 남자들은 허리를 바지의 허리띠 라인으로 여기지만, 여자의 허리는 대략 배꼽 높이 정도가 된다.
옆구리 콕콕 찌를 때 뼈 없이 쏙 들어가는 그 부분이 여성의 허리 부분이다.
힙라인이 끝나는 곳이자 팬티스타킹이 끝나는 곳.
이 지점을 생각하고 옷을 입어야 한다.
4. 힙
남자들이 여자들보다 힙이 작으므로 비슷한 체격의 여자가 입는 치마라면 남자는 여유 있게 입을 수 있다.
그렇다고 좋기만 한 건 아니다.
비례를 따지면 당연히 힙에 패드를 넣어야 하지만 그렇게까지 안 해도 코디만 잘하면 큰 무리는 없다.
다만, 바지를 입는다면 패드를 하는 게 낫지 않나 싶다.
5. 다리
이게 제일 큰 문제일텐데 굵고 얇고의 문제가 아니라, 남자와 여자는 다리 모양 자체가 다르다.
눈치 좀 있으신 분들은 다리 라인만 보고 남자인지 여자인지 금방 알아차린다.
(물론 갤러리를 보면 예외인 분들도 조금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치마를 입어야 여자가 된 기분이 드니까 치마를 포기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요즘 철에 롱이나 미디를 입을 수도 없고, 역시 미니가 대세인데…
허벅지는 가능한 한 치마로 가리고 종아리가 굵다면 압박스타킹 혹은 종아리에서 끊어지는 길이의 레깅스, 겨울이라면 역시 롱부츠로 가리는 게 좋다.
정말 고수 여장남자들은 바지를 입는다는데…나는 아직…
오늘 뉴스에서 보니 치마 길이는 하이힐을 신었을 때 기준으로 지면에서 허리까지 길이의 중간보다 살짝 위로 올라오는 게 보기 좋다고 한다.
발목~무릎길이가 짧은 동양인의 신체비례 때문에 하이힐을 안 신으면 치마 코디에서는 늘 숏 다리를 면치 못할 거라는…
그리고 내가 느낀 점 중 하나는 업 자체에 만족하지 말고 끊임없이 자신의 모습을 연구해서 가능한 한 여성에 가까워질 수 있는 자기만의 노하우를 스스로 터득하는 게 제일 필요하지 않나 싶다.
실제로 여성에 대한 감각은 시도해보는 만큼 느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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