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드레서

[크로스드레서 소설 14] 티팬티에 스타킹 신고 나가 본 적은 있는데

한때 네이버에서 크로스드레서 밴드를 운영한 적이 있다.
그곳에서 크로스드레서에 관한 글을 썼다.
한 구독자가 내게 이런 질문을 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시디인데요.”
“여장할 때 주로 뭐 입으시나요?”
“저는 주로 스키니나 레깅스를 즐겨 입는데, 님은 어떠신가요?”
“만남도 가지시나요?”
크로스드레서 밴드에는 이렇게 만남을 요구하는 글이 적지 않게 올라온다.
이분 역시 나에게 만남을 요구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가 아무런 답을 주지 않자…
“저의 경우, 만남은 거의 집에서만 하는 편이에요. 방 얻어서 혼자 살고 있거든요. 그래서 업 도구 가지고 밖으로 나가 본 적은 아직 없어요. 혹시 만남하실 때 업 도구 따로 챙겨 가시는 편인가요?”
이야기를 듣다 보니 만남이 목적은 아닌 듯하고 본인의 성향을 밴드 운영자인 나에게 털어놓는 느낌이었다.
“저는 티팬티에 스타킹 신고 나가 본 적은 있는데 님은 뭘 입으시나요. 옷은 텔에서 갈아입으시나요?”
대화가 진행될수록 이 친구에게 호감이 갔다.
그래서 나는 이 친구에게 내 시디 성향과 여장을 하게 된 계기 그리고 지금의 상황등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
내 글을 다 읽은 친구.
자기와 너무 비슷하다며 친하게 지내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를 언니라 부르고 싶다고 했다.
언니라니.
남자한테 언니라니.
이 세계가 이렇다.
성향이 비슷하면 너무도 쉽게 친해지고 곧바로 언니 동생 사이가 된다.
그의 언니라는 호칭에 기분이 묘해졌다.
언니…
진짜 여자들이 들으면 기절초풍할 노릇이겠지만, 이것 또한 크로스드레서들의 특권이지 싶다.
여자가 되고 싶은 남자들.
그래서 닉네임 뒤에는 항상 언니라는 호칭을 넣어 부른다.
“스쿨룩시디 언니”
실제로 언니란 말을 들으면 기분이 묘해집니다.
내가 정말 여자가 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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