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디로 살고 있는 나.
이런저런 다양한 종류의 여자 옷을 입어 보며 거울에 비친 내 모습에 자꾸만 빠져들게 되었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고 발전하여 어느덧 외출에 대한 욕구가 생겼다.
3년 전인가… 처음으로 외출에 나섰다.
어느 토요일 새벽.
안에는 미리 여성용 속옷을 입고 업도구를 챙겨 전에 봐두었던 교외의 어느 한적한 건물 뒤에 주차했다.
차 안에서 화장을 하면서…
혹시 누군가 나타나지 않을까 싶어,
주위를 얼마나 살폈는지 모른다.
가져온 블라우스와 미니스커트를 입고 가발을 쓰고 하이힐을 신고 차 밖 동정을 한참을 살핀 후에야 마침내 차에서 내릴 수 있었다.
차에서 내려 몇 발자국을 걷는데 집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묘한 쾌감이 치마 안으로 스며들었다.
또각거리는 하이힐 소리는 또 어찌나 기분 좋게 들리던지…
빨리 이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둬야겠다는 생각으로 삼각대를 세우고 있는데…
갑자기 근처 숲속에서 사람 내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라 허겁지겁 차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운전하기엔) 불편한 하이힐을 벗고 스타킹만 신은 발로 액셀을 밟으며 도망치듯 그곳을 빠져나왔다.
등에서 어찌나 식은땀이 나던지…
잠시 후 다른 곳에 주차하고 한 숨을 돌리는데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혹시 내가 하던 이상한 짓을 다른 사람들에게 들키지는 않았을까?
혹시 내 행동이 수상쩍다고 생각해 신고나 하지 않았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참으로 소심한 생각이었지만 당시의 나로서는 무척이나 심각했다.
그날은 더는 여장 외출을 이어가지 못하고 차 안에서 화장을 지우고 옷을 갈아입고 집으로 돌아와 버렸다.
그 후로 한동안 조용한 삶을 살다가 아무런 일이 없어서 (신고 같은 거) 다시금 여장을 재개했다.
그래 봐야 주말 새벽에 차를 몰아 한적한 곳으로 가 화장하고 여자 옷으로 갈아입고 공원 몇 바퀴를 도는 수준이다.
시간도 길어야 2시간.
여전히 가장 겁나는 게 어디선가 사람이 나타날까 이고,
누군가 내게 말을 걸어올까 봐이고,
그래서 여전히 한적한 곳을 찾게 된다.
여자의 모습으로 어둡고 한적한 거리를 걷는다는 게 정말 위험한 상황이지만 한편으론 스커트 안으로 스며드는 바람과 명쾌한 하이힐 소리는 그것들을 모두 상쇄시키고도 남는다.
*
외출경험도 별로 없으면서 외출하다가 나름 느낀 바가 있어서 주제넘지만 몇 가지 의견을 써볼까 합니다.
처음 외출 시에는 최대한 인적이 드문 곳에서 스타일이 튀지 않게 행동하는 걸 권장합니다.
더구나 목소리가 여성스럽지 않다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옷이 너무 튄다면 당연히 누군가의 시선을 끌게 되고 인적이 많다면 찝쩍거리는(?) 남자가 있을 확률이 높겠지요.
대부분의 시디는 감각 있고 섹시한 스타일을 좋아합니다.
아마 남에게 보이고 싶어 하는 욕구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on-line과 off-line은 철저히 구분해야 합니다.
외출은 off이고 현실입니다.
들키면 개망신입니다.
시작이 잘못돼 회의가 들어 이 좋은 취미생활을 영영 접게 될지도 모릅니다.
일반 남자로, 동네 주민으로, 직장인이건 학생이건 평범한 생활을 이어가실 거라면 정말 조심하세요.
처음 외출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들키지 않게 살짝만 경험하세요.
다음 기회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처음 외출이 성공적이었다면 조금씩 발전해 보세요.
그래도 너무 튀지 않게 하시길…
저도 1년 정도 노심초사 외출을 했다가 어느 날부터 간이 배 밖으로 나왔는지 조금 튀는 스타일로 거리를 거닐다가 어느 나쁜 택시기사한테 몰려 도망다니느라 정신 없었습니다.
골목길까지 쫓아오는데 하이힐로 뛰는 게 얼마나 힘들던지요.
여장, 본인이 생각하는 것과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 특히 여자들이 보는 건 전혀 다릅니다.
아주 예리해요.
딱 티가 납니다.
시디 게시판에 외출 경험담 올리는 고수님들도 가슴이 철렁하거나 들킬 때가 많다고 합니다.
그분들이 그럴 정도면 대부분의 평범한 여장남자들은 더욱 조심해야겠지요.
그래도 완벽할 수는 없지만 때와 장소를 잘 잡고 조심만 한다면 스릴있고 재밌는 취미생활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지난겨울엔 한 번도 외출을 못 했네요.
이제 슬슬 좀 나가볼까요?
시디 여러분, 즐거운 여장 생활되세요.
Posted in여장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