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시디 카페에 스타킹 신은 다리 사진을 올렸는데 다들 예쁘게 봐주셨다.
사진의 묘미라고나 할까?
너무나 행복했다.
그래서 2, 3년 전 시디레즈 했던 추억하나 써볼까 한다.
30세까지 조기축구를 하고 그 후로 지금까지 인라인스케이트를 타고 있다.
다리가 두꺼워지는 것도 싫고, 근육 생기는 것도 싫고 해서 그만둘까도 생각했지만 나름 운동을 좋아하는 편이라 인라인으로 갈아탄 것이다.
너무나 사랑스러웠던 그녀(?)를 만나게 된 계기도 인라인스케이트 동호회에서였다.
2020년 9월.
아직 더위가 가시지 않은, 여름 못지않은 날씨였지만 그래도 저녁에는 선선한 기온으로 인해 운동하기엔 별 무리가 없던 어느 날.
녀석이 내가 몸담고 있는 동호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여성 회원들은 꽃미남 대학생이 들어왔다며 모두들 좋아라 하고…
녀석은 인라인 경력이 전혀 없는지라 초보 모임에서 기초부터 배우기 시작했다.
처음엔 녀석과의 레벨 차이, 나이 차이 등으로 인하여 마주칠 기회가 별로 없었는데,
어느 날 정모 뒤풀이에서 2차로 호프집에 갔을 때 그와 마주 앉게 되었다.
여러 사람이 모인 자리인지라 시끌벅적한 상황이었는데 녀석이 먼저 내게 말을 건넨 거로 기억한다.
“형! 인라인도 너무 잘 타시고 너무 멋지세요.”
“에휴…멋지긴…내가 정말 5년만 젊었어도 대회 상은 모두 독차지하는 건데 말이야. 크크크”
“형. 7부 슈트 입었을 땐 다리가 정말 여자 다리 같았어요.”
“나만 그런가. 슈트 입으면 다 그렇게 보여. 너도 나중에 좀 타게 되면 슈트 입어야 하고 그렇게 될 거야.”
나는 내 다리가 엄청 짧고 울퉁불퉁한 근육에다 살도 많이 쪄서 두껍고, 조기축구에 인라인까지 한 상태라 상처도 많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좀 흐르고…녀석과도 좀 더 친해지고…
그러던 어느 날.
동호회 여자들끼리 좀 다퉜다는 소리가 들려서 알아보니 녀석보다 한두 살 많은 누나들이 녀석과 서로 사귀겠다고 옥신각신하다 사달이 벌어진 거고, 나는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정모 뒤풀이에서 동호회의 의미부터 시작해 잔소리를 좀 늘어놓았고, 일이 있어서 먼저 밖으로 나왔는데…
녀석이 나를 뒤쫓아 와서는…
“형! 벌써 가시게요? 한잔 더 하고 가시면 안 돼요?”
그러나 나는 띠동갑 차이가 나는 그 어린 친구와 술을 마시며 놀고 싶은 생각이 더는 없었기에 거절했다.
그런데 이 녀석.
“형. 그냥 할 말이 좀 있는데…아녜요. 담에 할게요. 그럼 안녕히 가세요.”
그때도 그냥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지나갔다.
그러던 어느 날.
지방에서 인라인 마라톤 대회가 열리게 돼서 차량 몇 대를 준비해 참가하고 올라오던 중이었는데…
당시 내 차는 카니발이어서 항상 사람들로 가득 찼고 그날 녀석도 내 차에 함께 타게 되었고 중간에 사람들을 내려주고 마지막으로 녀석만 남게 되었는데…
녀석이 슬슬 자기 마음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여기서 잠시.
당시의 내 상태를 말하자면…
뭐랄까. 도대체 내 성향을 정확히 알 수가 없는 혼란한 시기였다.
이성도 좋고 동성도 끌리고, 어려서부터 스타킹이나 매니큐어 칠한 발톱, 다리 쪽에 펫티시가 강했고, 스타킹으로 시작해 점점 여자 팬티와 브래지어 등으로 옮아가고, 이런 성향이 변태 같다는 생각에 누구에게 말도 못 하고 차 안에서 혼자 여장을 즐기고, 또 가끔은 모텔에서 혼자 풀업도 해보고 아무튼 그런 상태였다.
물론 지금도 내 성향은 딱 뭐다 라고 잘라 말할 수 없는 상태다.
그날 어쩌다가 녀석과 여자 이야기가 나왔고 야동 이야기까지 흘러갔다.
“형. 저는 야오이가 좋더라구요.”
“야오이? 야오이가 뭐냐? 오이로 뭐 하는 거냐?”
“요즘 대센대 모르세요? 그것도 모르시면 어떡해요. 그럼 권해 드릴 게 하나 있는 데 나중에 꼭 보세요.”
“무슨 내용인데?”
“보시면 알아요. 훗훗”
며칠 후 검색해 보았더니 야오이는 동성애를 다룬 만화였다.
녀석이 권해 준 야오이의 제목은 지금은 잊어버렸는데 내용은 어느 가냘프게 생긴 여장남자 고딩 시디가 시디 끼리 서로 사랑하는 내용이었다.
한마디로 시디레즈 이야기였다.
당시 그런 건 처음 보는 것이어서 흥분도 되었고 약간의 충격도 있었다.
‘그 녀석 동성애자인가?’
‘날 좋아하나?’
나보고 자꾸 멋지다고 하고 전에 할 말도 있다고 하고…
걱정이 되는 한편 괜히 설렜다.
그 후 가끔 차 안에서 여장하고 즐길 때 녀석을 생각하게 되고 녀석도 혹시 지금 나를 생각하며 즐기고 있을까? 라고 생각하면 흥분이 더 되었다.
그런 생각 끝에 나는 녀석의 마음을 한 번 떠보기로 하고 어느 날 기회를 만들었다.
정모 뒤풀이를 노래방으로 가게끔 유도하고 멋쩍은 블루스 타임을 만들었다.
함께 온 누나들이 귀여운 그 녀석을 서로 독차지하려고 피 튀기게 싸울 때, 나는 동호회의 이념을 생각하며 이성끼리는 블루스 추지 말 것을 제안했고 이후 코믹스러운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남남 블루스가 시작된 것이다.
나는 녀석을 향해. “00 너 이리 와!” 라며 녀석을 끌어당겼다.
그리고 나는 그때 느꼈다.
고마움에 눈물이 맺힌 녀석의 눈과 내게 매달리는 듯한 녀석의 허그.
그리고 가끔 다른 사람의 눈을 의식하는 듯한 불안함.
그 와중에 장난치듯 하며 내 가슴에 파묻히는 그의 얼굴.
그리고 내 허벅지와 엉덩이에 닿는 그의 애타는 손길을 나는 느낄 수 있었다.
잠시 후 나는 화장실에 다녀온다고 하고 밖으로 나왔고 예상대로 녀석은 나를 따라왔다.
나란히 서서 일을 보며 내가 물었다.
“너 전에 나한테 할 말 있다는 거 지금 해 봐.”
“…..”
“지금 안 하면 안 들어 줄 테니까…..하기 싫으면 됐고.”
“저……형이 좋아요.”
“너 동성애자냐?”
“…………”
“말해 봐……”
“모르겠어요……동성애가 아니라….. 내가 여자였으면 좋겠구….. 형이랑 사귀었으면 좋겠어요.”
“…………”
우린 따로 만나기로 하고 좀 더 많은 이야기는 그때 하기로 하고 그날은 그렇게 헤어졌다.
Pingback: [여장소설-50] 차 안에서 시디레즈 - 크로스드레서 다이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