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젠더

[여장소설 84] 내게 트랜스젠더 기질이 있는 걸까?

내게 트랜스젠더 기질이 있는 걸까?
나는 나이 30을 바라보는 남자다.
회사에서 어른들이랑 함께 술 먹고 고기 먹는 건, 마치 파티 같아서 좋은데 남자 친구들끼리 모여 술 마시는 건 별로다.
남자애들이랑 놀아도 보고 여자애들이랑 놀아도 보았는데 남자애들이랑 노는 건 재미가 없고, 귀찮고, 시간을 뺏기는 것 같은 생각마저 든다.
반면 여자애들이랑 노는 건 무척 재미있다.
남자들의 언어는 씨발, X새끼 같은 욕이 섞여 있는 반면, 여자들의 언어는 부드럽고 예쁘다.
그래서인지 여자애들과의 대화에서 마음이 훨씬 더 잘 통하는 거 같다.
고민 같은 것도 남자보다는 여자한테 털어놓는 게 더 편하다.
아빠와의 대화는 거의 없는 편이다.
대신 엄마와는 이런저런 다정한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
엄마가 쇼핑갈 때 함께 따라가기도 하고 때로 함께 팔짱을 끼고 걸을 때도 있다.
그런 모습을 동네 사람들이 볼 때면 “어쩜 그렇게 아들이랑 다정해요?”라고 묻는다.
나는 그게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인데…
그 사람들 눈엔 마냥 신기한 모습인 모양이다.
쇼핑하는 것도 즐겁고 음악 감상이나 책을 읽는 것도 좋아한다.
요리도 좋아해서 가끔은 가족을 위해 요리를 내놓기도 한다.
파란색보다 분홍색 계열을 더 좋아하고 스포츠보다 드라마를 더 좋아한다.
이런 나. 이상한 건가?
혹시 내게 트랜스젠더 기질이 있는 건가?
그렇다고 내가 성전환을 하고 싶다거나 여자가 되고 싶은 건 아니다.
그냥 남자보다는 여자 같은 부드러움이 더 좋고 더 편할 뿐이다.
그런데 요즘, 아주 가끔,
만일 내가 여자였다면…
만약 딸로 태어났다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이 가끔, 아주 가끔 들기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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