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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장소설 99] 인터넷에는 오직 내 욕 뿐

오늘 그를 만나기로 한 날이다.
그와는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는 러버 성향을, 나는 시디 성향을 지녔다.
그는 40대 중반의 아저씨.
이혼했다고 한다.
시디 카페에 올린 내 여장 경험담을 보고 연락을 해 왔다.
어떤 옷을 입을까?
어떻게 화장할까?
화장이 맘에 안 들어 몇 번이나 지우고 다시 했다.
이런 나, 참으로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같은 남자에게, 여자로 보이고 싶은 이 마음.
예뻐 보이고 싶은 이 마음.
나도 미치겠다.
나도 모르게 내 안에 깃든 이 성향.
이 말도 안되는 성향을 고치려고 정말 많은 노력을 했었다.
하지만 모두 헛수고.
여장은 절대 끊어지지 않는다.
죽어야만 끝난다.
이제 2시간 후면 그와 만난다.
그러나 나는 애써 한 화장을 지우고 있다.
입었던 여자 옷들을 모두 벗어 바닥에 내팽개치고 침대에 엎드린다.
가슴과 엉덩이를 어루만지며 자위를 한다.
나의 경우 자위를 하면 여장 욕구가 사라진다.
남자에 대한 그리움도 사라진다.
이제 그와의 만남을 위해 더는 안절부절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짜증이 난다.
나란 녀석에 짜증이 난다.
이게 도대체 몇 번째 노쇼인가?
이제 인터넷에는 오직 내 욕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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