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장일기 107] 아빠가 되어도 여장은

여장을 오래 하다 보면 현타가 자주 온다.
그래서 모아 놓은 옷들을 내다 버리기 일쑤다.
내게도 수십 번 그런 일들이 있었다.
이번에 버릴 옷을 모두 합하니 속옷 포함 50 벌이나 되었다.
아깝기도 하고…
중고나라에 올렸는데 단 몇 시간 만에 사고 싶다는 사람이 나타났다.
2시간 후에 그와 만났다.
SUV를 타고 온 그는 너무도 평범해 보이는 아저씨였다.
아니, 오히려 잘 생겼다고 할까?
핸섬하고 사람 좋아 보이는 인상이었다.
이런 사람이 시디다. 여장남자다.
이렇게 평범해 보이는 사람들이 뒤에서는 몰래 화장을 하고 여자 속옷을 입고 여자 옷으로 풀업을 한 후 여자 행세를 하며 거리를 걷는다.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하지만 가엽다.
그도 나처럼 가엽다.
어떻게 이런 성향으로 태어나 나같은 사람에게서 입던 여자 옷을 구매하는 삶을 살고 있을까?
더욱 놀라웠던 건…
그의 차 뒤에는 ”아기가 타고 있어요.”라는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아기 아빠인가 보다.
아빠가 되었어도 여장은 멈출 수가 없었던 모양이다.
“그 옷들, 비싸고 구하기 힘든 것들이에요. 잘 입으세요.“라는 말을 남기고 우리는 헤어졌다.
그리고 잠시 지난 날 내 모습을 떠 올렸다.
아내가 내게 아기를 맡기고 친구 모임에 갔던 날.
여장이 너무하고 싶어서…
여장한 채 아기를 안고 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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