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의 세 번째 이야기.
그날 수업 중에도 그와 나는 수없이 눈을 마주쳤다.
서로에게 다정한 미소를 흘려보내며,
흘깃흘깃 선생님의 눈을 피해가며,
서로의 마음을 전하고 있었다.
이렇게 나는 그가 점점 좋아지는 걸 몸으로 느꼈다.
도대체 이게 어떤 감정일까?
내가 잠시 미친 걸까?
하지만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냥 그가 좋았고,
당시에는 내가 게이라는 생각도 전혀 못 했으니까…
점심시간에 우리는 식당에 가지 않고 매점으로 갔다.
매점 뒤엔 학교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쪽문이 있었는데 하느님이 우리의 첫 만찬을 도와주려는 건지 그날따라 그 문이 열려 있었다.
마침 껄렁껄렁한 애들도 그 문으로 나가고 있었다.
“우리도 나갈까?”
마음이 심약했던 나는 “그래도 될까?” 하고 물었다.
걸리면 화장실 청소에, 반성문 최소 다섯 장.
“나가서 먹자. 매점에는 라면하고 김밥밖에 더 있냐?”
“….”
“나가자. 맛있는 거 사줄게”
그가 나의 손을 붙잡고 이끌었다.
그러나 나는 나보다 그가 더 걱정되었다.
그는 공부도 잘하는 모범생이었고 나는 딱히 모나지도 튀지도 않는 그런 아이였기 때문이다.
밖으로 나오니 정말 좋았다.
따스한 봄 햇살이 절정에 달해 있었다.
우리는 그 따스한 공기를 마음껏 흡입하며 다정하게 걸었다.
내가 짜장면이 먹고 싶다고 해서 우리는 중국집으로 갔다.
마치 오래 사귄 연인들처럼 입가에 검은색 짜장 국물을 묻혀가며 우리는 맛있게 짜장면을 먹었다.
배도 부르고, 좋아하는 사람도 옆에 있고,
여자 친구랑 있을 때와는 그 느낌이 사뭇 달랐다.
이상하게 동성인 그와 함께 있는 것이 더욱 좋게 느껴졌다.
아마 그를 처음 보았을 때부터,
계단난간에서 그를 넋 놓고 바라보았을 때부터,
나는 이미 그를 좋아하고 있었나 보다.
그리고 언젠가,
이렇게 되길 바라고 있었는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