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게이소설 158] 지하철에서 그의 엉덩이

이 글의 두 번째 이야기
그런데 그때,
익숙한 향기가 났다.
나에게 자극을 주었던 그 남자의 향기가 또 내 코를 자극했다.
그렇다.
그가 내 근처에 있었다.
나는 그의 향기에 이끌려 어느새 그의 뒤에 서게 되었다.
그를 본 지 벌써 한 달여가 지났지만,
나는 그의 향기를 기억했고 그 향기의 출처를 찾을 수 있었다.
그는 또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흰색 아디다스 운동화에 푸른색 체크 무늬 셔츠를 입고 있었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있었으며 만원의 지하철 안에서 자신만의 세상에 빠져 있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소란스러운 지하철 안에서 나는 그의 이어폰에서 조그맣게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에 귀 기울였다.
그의 모든 것을 공유하고 싶은 나로서는 그가 듣고 있는 음악마저 알고 싶어졌다.
“밀지 말아요.”
순간 지하철 문이 열리면서 밀려 들어오는 사람들로 인해 나는 밀쳐졌고 그의 바로 뒤,
너무나 가까울 정도의 위치에 서게 되었다.
마치 내 몸이 그의 몸을 덮치고 누운 듯, 그의 모든 신체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모든 감각을 동원해 그의 육체를 느끼고 싶었다.
가슴으로는 그의 등에 있는 근육들의 움직임을 느끼고,
배로는 그의 엉덩이 근육의 미세한 움직임을 느꼈다.
그리고 허벅지로는 그의 다리 근육의 움직임을…
짧은 순간이나마 그의 모든 것을 느끼고 싶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순간 내 그것이 부풀고 말았다.
밀고 밀리는 틈에서 그와 가장 가까운 위치에서 그를 느낄 수 있다는 것에 나는 즐거움을 느끼고 있었지만,
그의 몸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내 부풀어 오른 그것을 그의 엉덩이에 붙여야 한다는 것이 곤혹스러웠다.
부끄러운 마음에 나는 이 순간을 빨리 모면하고 싶었다.
나는 상대에 대해 전혀 모르는 상태였고 그도 마찬가지였다.
그와 이렇게 가깝게 있다는 건 다소 불안정한 모습이었다.
‘몸이라도 조금 돌려야 하는데…’
”이번 정류장은 신도림. 신도림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오른쪽입니다.“
출입문이 열리자 많은 사람이 문밖으로 밀려 나갔다.
그리고 그가 몸을 돌렸다.
그리고 나를 바라보았다.
그와 눈이 마주친 순간,
내 얼굴은 한없이 붉어졌고 나는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었다.
그는 사람들과 함께 문을 나가며 나를 힐끔 바라보았다.
나는 그의 눈을 피하는 척, 흔들리는 창문 너머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내 시선을 무시한 채 사람들 틈으로 사라졌다.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한 거지?’
순간 나의 행동에 죄책감을 느끼며 빈자리에 앉았다.
눈을 감고 그의 얼굴을 떠올렸다.
키는 178 정도 되는 것 같고…얼굴, 눈, 코 그리고 입.
28살 정도 되었을까?
젊고 활발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쌍꺼풀이 있는 눈이었으며 눈썹이 상당히 진했다.
코는 날렵하면서도 길었으며 입술은 약간 도톰한 편이었다.
다부진 체격을 갖고 있었으며,
셔츠에 살짝 그려지는 가슴 근육이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눈을 감은 채 온몸으로 느꼈던 그의 육체를 다시 떠올렸다.
그가 가진 근육의 움직임들.
나는 그를 다시 만나고 싶어졌다.

지하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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