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자

[성소수자소설 179] 제 아들은 동성애자입니다.

식탁에서였다.
큰 걱정 없이 자랐고 자랑스러워했던 아들이 조심스레 엄마에게 할 말이 있다고 했다.
순간 나는 ‘올 것이 왔구나!’라고 생각하며,
무엇인가가 나를 힘들게 하더라도 받아들여야지 하는 마음의 준비를 하면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 물었다.
“뭔데?”
아들은 떨리는 목소리로 커밍아웃을 시작했다.
나는 곧바로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해주었다.
“네가 어려서부터 다른 남자아이들과 다르게 개구쟁이 같지 않고, 마음이 착하고 여렸고, 또 친하게 놀던 아이 중에 유독 여자아이들이 많았던 환경 때문이라 생각해 해본 적이 있었고,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혹시 염색체가 XXY가 아닐까 궁금했었다”라고 말했다.
아들은 곧바로 생물학적으로 그건 아니라고 설명해주었다.
차분한 감정으로 받아들이는 엄마의 모습에 엄마의 반응을 많이 걱정했던 아들의 모습이 안쓰러웠다.
아들의 커밍아웃에 담대하게 말했지만,
나는 조용히 내 마음을 추슬러야 했다.
나는 물컵이 넘어져 바닥에 흘러져 버린 물처럼 하나님 앞에 납작 엎드릴 수밖에 없었다.
이제 사랑하는 아들의 엄마로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했다.
아무것도 몰랐던 나에게 사람들이 권해 주는 동성애에 관한 책을 읽었다.
‘동성애’라는 단어조차 멀리하던 나였기에 알고 싶었고 필요성을 느꼈다.
책 내용 중에 한 청년 게이의 자살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 충격을 주었다.
그리스도인인 어머니의 간절한 기도를 들은 아들이 어머니의 소원을 이루어 드릴 수 없는 괴로움에 자살을 선택한 것이다.
나는 그런 엄마가 되지 않아야 한다는 결심과 함께 내가 알고 믿었던 하나님께 더 의지하며 지혜와 은혜를 구했다.
아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지만,
언젠가 부터 내가 세상에 갇혀 있는 느낌으로 살고 있었다.
어느 날 TV를 통해 성전환 수술을 받은 사람에 대한 방송을 보던 중이었다.
동기간과 함께 있었는데,
차마 내 아들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밝히지 못하고 가슴 아프게 보고 있었다.
그 후 몇 달이 지나,
그 동기간에게 동성애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고 이야기를 나눈 후에 조심스레 당신이 사랑하는 조카가 동성애자라고 털어놓았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가까운 가족들이 대부분 알게 되었고
조부모님은 모르시는 것이 좋겠다는 내용을 책에서 읽은 적이 있기에 그분들은 지금도 모르고 계시다.
그 후 나와 속 깊은 얘기를 나누는 친구들이나 아는 사람들에게 자연스레 말을 하게 되었고,
그들로부터 때로는 아픔을 나누고 때로는 위로도 받고 때로는 용기도 얻으며 살아가고 있다.

동성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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