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경기도의 한 모텔에 와 있다.
시디인 나,
주말이면 이렇게 여장 놀이를 하기 위해 모텔을 찾는다.
나는 빨간색을 참 좋아한다.
나는 지금 가슴이 깊이 파인 빨간색 미니 원피스를 입고 입술엔 빨간색 립스틱을 칠하고,
침대 위에서 야릇한 포즈를 취하며 놀고 있다.
그리고 조금 전 팬티가 보이는 엉덩이 사진을 시디 카페에 올렸다.
글을 올린 지 10분 만에 댓글이 달렸다.
“너 지금 나 유혹하는 거니?”
러버인듯 싶다.
러버들은 초면인데도 우리 시디들을 우습게 안다.
반말은 기본이고 시디가 마치 제 장난감인 양 음담패설을 늘어놓는다.
그런데 신기한 건 그걸 싫어하는 시디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
“네.”라고 공손히 대답해주었다.
그가 “만나자!”라고 제의했다.
내 나이가 몇인지도 모르면서 처음 보는 나에게 반말이지만 기분 나쁘지 않았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여장만 하면 이렇게 남자로부터 멸시를 받아도 기분이 좋다.
오히려 무시 받는 게 더 기분 좋게 느껴질 때도 있다.
조금 더 대화가 이루어졌고 그는 계속해서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그사이 시간은 12시가 되었고,
이제 잠을 자야 할 시간인데 도무지 잠은 오지 않고 그와의 만남만 상상되었다.
그의 집요한 요구에 나는 결국 내가 있는 곳의 위치를 알려주었다.
그는 금정에 있다고 했다.
30분이면 이곳에 도착할 수 있다고 했다.
순간 내 가슴엔 두 개의 마음이 생겨났다.
만날까 말까.
내가 허락하면 그는 당장 이곳에 올 수 있다고 했다.
30분 후면 나의 첫 남자를 만날 수 있는 것이다.
다시 거울 앞에 섰다.
예쁘다.
오늘따라 화장도 잘 되었다.
이런 모습이라면 어떤 남자라도 좋아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아… 어떻게 할까?
컴퓨터 자판에 손을 얹고,
“네. 만나요.”라고 썼다가 지우기를 몇 번.
몸에서는 열이 나고 가슴은 콩닥거렸다.
그러기를 또 10여 분,
마침내 떨리는 손으로 결심의 글을 썼다.
“네. 만나요. 기다릴게요.”
이제부터 나는 여자.
요조숙녀처럼 앉아 그를 기다릴 것이다.
나의 첫 남자.
과연 어떤 사람일까?
오늘 밤이 영원히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그토록 원했던…
여자가 되는 날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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