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장소설 15] 여자보다 더 예쁜 남자. 오토코노코

식사 모임이 있었다.
그 모임에선 내가 가장 어리다.
지금부터는 아영이라는 가명을 쓰겠다.
“아영씨는 항상 조용해. 말도 없고. 근데 재미있어.”
조용하다. 차분하다. 내성적이다.
내게 붙는 수식어다.
여자 같다는 말도 종종 듣는다.
그런 말을 들을 때면 겉으로는 아닌 척, 속으로는 기분이 매우 좋다.
다시 태어난다면 나는 정말 여자로 태어나고 싶다.
식당을 나와 거리를 걸었다.
걷다가 편의점 하나를 발견했고, 막내인 내가 커피 심부름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편의점에서 카운터를 보는 아가씨.
어찌 그리 예쁘게 생겼던지…
딱 내 이상형이었다.
긴 생머리와 갸름한 얼굴, 너무나 여성스러웠다.
하지만 업무가 조금 서툰지 손님을 대하는 게 조금 서툴러 보였다.
그 어리숙함이 오히려 귀여움을 자아냈다.
카드를 받아 쥐던 그녀의 작고 하얀 손.
아기 손처럼 고왔다.
그 모습을 한참이나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순간 나도 저 여자처럼 예쁜 소녀로 태어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여장남자인 나.
예쁜 여자만 보면 이렇게 내 정체성에 대해 고민한다.
집에 도착해 그 소녀를 생각하며 소녀 컨셉으로 여장했다.
긴 머리에 연한 화장, 그리고 귀여움을 자아내는 머리띠와 체크무늬 스커트.
예뻤다.
그 소녀만큼은 아니지만 웬만한 여자보다 더 예뻤다.
여자로 태어난 그 소녀, 소녀로 변신한 나.
여자의 삶은 얼마나 행복할까?
여자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
소녀가 되고 싶다.
여장하면 여자보다 더 예뻐보이는 남자를 오토코노코라고 합니다.
저는 오토코노코입니다.

오토코노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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