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장소설 21] 남편은 여자옷 중독자

이태원 게이바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에 온 세상이 떠들썩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그 떠들썩함의 이유는 단지 코로나 때문만은 아니었다.
꼭 그곳이 아니더라도 코로나 확진자는 이미 세상 여기저기서 출몰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이번 사건이 유독 세상의 시선을 끈 이유는 바로 게이바 때문이다.
한낱 가십거리밖에 되지 않던 그들이 세상의 중심에 섰다.
우리 집에서도 말이다.
마침 그날은 처형이 집에 놀러 온 날이었다.
코로나로 유난히 민감해 있던 아내.
그간 양심 없는 코로나 전파자들을 향해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 내던 중이었다.
저녁을 먹는 내내 뉴스에서는 코로나 소식이 끊임없이 전해졌고 사고의 원흉이 된 게이들을 향해 여론은 들끓었다.
“그러니까 게이가 뭐야?”
처형이 먼저 아내에게 물었다.
“그 왜 남자들끼리 좋아하는 거 있잖아.“
“그럼 걔네들끼리 서로 껴안고 키스도 하고 그 짓도 한다는 거야?“
“아마 그럴 테지.”
“어떻게 남자와 남자가 서로 껴안고 키스를 해? 어휴! 징그러.“
“그러니까 서로에게 예뻐 보이려고 화장도 하고 여자 옷도 입고 그런대잖아”
순간, 아내의 말이 비수가 되어 내 심장을 관통했다.
-화장하고 여자 옷 입는 남자들-
바로 나다.
나는 게이는 아니지만 하는 짓은 그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오히려 크로스드레서는 여자 옷에 관해서라면 그들보다 더 적극적이다.
여자보다 더 여자처럼 보이기 위해 곱게 화장하고 예쁜 여자 옷을 찾아 입는다.
너무나 야해서 여자들마저도 민망해할, 구멍이 숭숭 뚫린 속옷들을 서슴없이 구매해 입는다.
대개의 여자들이 평생을 들어 단 한 번도 입어 볼 기회가 없는 야한 속옷들.
속이 훤히 비치는 망사 슬립이나 가터벨트 등이 그들이 선호하는 주요 아이템이다.
섹시 속옷 쇼핑몰의 주요 고객 중 하나가 젊은 여성이 아니라 바로 이들 크로스드레서라는 사실이 놀랍지 않은가?
개인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대개의 크로스드레서들이 위와 같은 행동을 한다.
누가 가르쳐 준 것도, 서로 만나 상의한 적도 없는데, 하는 행동은 마치 쌍둥이처럼 비슷하다.
나 역시 그랬다.
처음엔 내가 미친 줄 알았다.
하지만 시디 카페에서 나와 같은 성향의 사람들을 알게 되었고 그들의 일상을 들여다본 결과는 실로 놀라웠다.
어쩜 이리도 나와 똑같을까?
그들과 나는 마치 복제인간처럼 똑같은 행동과 사고를 하며 살고 있었다.
나이 어린 크로스드레서들은 대개가 짧은 미니스커트를 선호했다.
나 역시 그랬다.
시디 초보 시절,
부끄러움도 모른 채 극도로 짧은 치마를 입고 밖을 돌아다녔다.
치마가 이미 민망할 정도로 짧은데도 그것을 더 끌어올려 팬티가 보일 정도의 야한 길이로 사람들 앞을 아무 거리낌 없이 지나다녔다.
사람들이 힐끔힐끔 쳐다보는데도, 나를 향해 중얼중얼 욕을 해대는 데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그들의 시선과 욕설을 즐겼다.
미니스커트뿐만이 아니다.
미니스커트는 얌전한 축에 든다.
크로스드레서라면 꼭 입어봐야 한다는 웨딩드레스나 한복, 코스프레 의상, 메이드복, 간호사복, 홀복 등 접해보지 않은 옷이 없다.
세상 어떤 여자보다 더 다양한 종류의 여자 옷을 우리 크로스드레서들은 입는다.
말이 좋아 크로스드레서지 그들은 여자 옷 중독자들이다.
아편처럼, 마약처럼, 한 가지 옷에 만족하지 못한다.
처음 입었던 것보다 더 야하게, 더 화려하게 입어야 한다.
나? 지금 거의 꼭짓점에 온 것 같다.
나 지금, 로리타 드레스를 입고 이 글을 쓰고 있다.
아내 없는 날.
이런 종류의 드레스를 입고 마치 내가 공주인 양 행동하며 여장을 즐긴다.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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