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장경험담 70] 경찰과 여장남자 “저 트랜스젠더예요”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조금 전에 있었던 일이다.
아내는 친정에 가고 주말을 맞아 나는 한껏 부푼 마음으로 여장 외출에 나섰다.
집에서 30분 거리의 공원에서 여자의 모습으로 사뿐사뿐 걸으며 여장 산책을 즐기고 집으로 돌아오던 중이었다.
도로를 따라 차를 달리고 있는데 갑자기 경찰차 한 대가 내 옆으로 붙으며 멈추라는 신호를 보냈다.
태어나 처음으로 경찰차와 마주하는 순간이었다.
나는 도로변에 차를 댔고 이내 경찰차는 내 차 앞으로 와 멈추었다.
‘하필 이런 때라니…’
나는 지금 차 안에서 여장한 채로 있다.
이런 모습으로 밖으로 나갈 수는 없다.
나는 차 안에서 경찰을 기다렸다.
대체 내가 무슨 잘못을 한걸까?
차도 조심해서 몰았고 죄라면 여장한 죄 밖에 없는데…
잠시 후 경찰이 오더니…
“차 트렁크가 열렸어요.”
아…그랬었나?
왜 내가 트렁크 문을 잠그지 않았지?
지금 트렁크 안에는 여장 용품을 보관해 놓은 가방이 있다.
가방 안에는 스타킹과 치마, 블라우스, 하이힐과 가발, 화장품 등 여장에 필요한 물품들이 가득 들어 있다.
여장 외출에는 하나의 옷만 쓰이지 않는다.
보통 3~4개, 많게는 6~7개의 옷으로 갈아입으며 여장을 즐긴다.
오늘도 4~5벌의 여자 옷을 갈아입으며 여장을 즐겼다.
그 정신없는 상황에서 그만 트렁크 문을 제대로 닫지 않고 차를 출발시켰던가 보다.
경찰은 혹시 내가 음주운전을 한 것은 아닐까 하고 차를 세웠는지 모른다.
가볍게 넘어갈 사안일 줄 알았는데 면허증을 보여달라고 했다.
미치겠다.
지금 여자의 모습인 내가 남자 사진이 박혀있는 면허증을 내밀어야 하다니…
아… 어떻게 해야 하나.
그렇다고 안 주면 어떤 문제가 생길지 몰라 나는 하는 수 없이 면허증을 내밀었다.
그가 내 얼굴과 면허증의 사진을 대조했다.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당연하다.
면허증의 사진은 남자, 지금의 내 모습은 여자이니 말이다.
그것도 긴 머리에 짙은 화장을 하고 있으니 이상할 수밖에…
그렇다.
내가 먼저 입장을 밝히는 수밖에…
“저 트랜스젠더예요.”라고 말했다.
그의 표정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뭔가 괴이한 것을 보았다는 표정이었다.
“음주는 안 하셨죠?”
“네.”
나는 최대한 여성의 목소리를 끌어내 대답했다.
그러자 곧 경찰이 트렁크 문을 닫아 주었다.
그리고 “조심해서 가세요.”라고 말해주었다.
경찰차가 떠난 후 나는 곧바로 차를 출발시킬 수 없었다.
만감이 교차하고 손과 발이 후들후들 떨려 도저히 운전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차에서 내려 담배 한 대를 피우고 나서야 겨우 마음이 진정되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그 경찰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아마 그는 지금쯤 동료들에게 내 이야기를 하고 있을 것이다.
“나 오늘 여장남자 봤어.”라고…

트랜스젠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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