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장소설 114] 결혼 전 여장남자, 결혼 후 여장남편

내 나이 어느덧 30줄에 이르고 보니,
(물론 아직 결혼 상대도, 여자 친구도 없지만…)
많이 슬퍼진다.
결혼 후에도 업 욕구는 계속된다는데…
결혼 전에는 엄마 몰래 했었는데…
결혼 후에는 아내 몰래 해야 한다.
여장은 이렇게 평생을 몰래몰래 해야만 하는 건가?
전생에 대체 무슨 죄를 지었기에 내 운명이 이렇게 되었는지.
죄지은 사람처럼 몰래 숨어서 해야 하는 게 너무 슬프다.
이럴 바엔 결혼하지 말까?
애도 낳고 가정도 이루고 알콩달콩 살아야 하는 게 맞는 삶인데,
다른 한편으로는 또 다른 굴레가 될까 봐 걱정스럽고 슬프다.
언젠가 결혼하고 애를 낳아야 한다는 것 때문에 호르몬도 안 하고 있는데…
결혼하면 업심이 팍팍 줄어야 맞는 건데,
그게 아니란다.
대체 업심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여자가 생겨서 결혼하면 고쳐지는 거라고 믿고 있었는데 그건 아니란다.
사람들 말을 들어보니 여장남편은 아내 없는 날,
아내 몰래 아내의 속옷을 입거나 다른 여자 옷을 구매해 몰래 숨겨놓게 되고,
집에 아무도 없을 때 여장 놀이를 즐긴다고 한다.
심지어 진짜 여자인 아내에게 질투까지 느끼게 된다고 하니…
정말 슬픈 일이다.
여자로 태어나지 못했으면,
차라리 정상적인 남자였으면 좋을 텐데,
이도 저도 아닌 사람으로 태어나서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
업을 자유롭게 할 수도 없고 완전히 끊을 수도 없고 완벽한 딜레마 상황에 놓여있다.
업을 자유롭게 하려면…
결혼 포기, 아이 포기, 호르몬도 할 수 없다.
그렇지만 50, 60 돼서 후회할 것 같다.
남들 다하는 결혼도 못 하고,
아내 없이, 자식 없이 혼자 살아야 한다.
그러니 결국 업은 평생 자유롭게 할 수가 없겠다.
그래도 하고 싶다면 몰래 업방을 꾸며서 두 집 살림을?
업을 완전히 끊기 위해 그동안 모아 놓은 여자 옷과 도구들을 모두 버리기?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안 그래도 몇 번 해 본 적이 있다.
가발이랑, 교복이랑 화장도구, 스타킹, 브래지어, 팬티 등…
정말 큰 결심을 하고, 여장을 아예 포기하고,
새벽에 쓰레기봉투에 모두 넣어 버렸는데 퇴근 후 버렸던 쓰레기봉투를 다시 찾고있는 나.
이미 쓰레기차가 와서 싣고 갔는데,
전봇대 아래 내가 버린 쓰레기봉투가 혹시 있는지를 찾아보고 있었다.
그런 나를 보며 얼마나 한심해 했던지…
그래! 다시 하자.
최근 다시 여장을 재개하면서 여장 용품을 모두 새로 구매했다.
이런 나, 도대체 어쩌면 좋을까?
이런 정체성은 혼자 감당하기가 너무 힘들다.
생각 같아서는 까짓거 결혼을 포기하고 여장도 자유롭게,
집에서는 아예 여자로 살 결심으로 호르몬도 하고 눈 트임에 양악 성형, 가슴 성형 전부 해 버리고 싶은데,
다시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건 안되지…
연로하신 부모님 생각해서 결혼은 해야겠지…
이 글에 대한 시디들의 반응.
A: 저랑 너무 비슷한 상황이네요. 저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어요. 가끔 보면 아내가 남편의 여장을 장려하고 도와주는 경우도 있다는데, 남편이 여장을 하면 집안일도 잘 도와주고 성적 만족도도 높아져서 그런대요.
B: 그냥 혼자 사세요. 결혼했는데 여장을 계속한다? 아내가 이해 못 해주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예요. 아내는 여자와 결혼한 게 아니니까요.
C: 맞아요. 여장을 포기한다는 건 너무 어려워요. 마약이나 담배를 끊는 것 이상인 것 같아요.
D: 저는 이번 5월에 결혼하는데 아내 될 사람에게는 이미 커밍아웃한 상태입니다. 다행히도 이해를 해 줘서 집에서는 업이 가능합니다. 님도 조심스럽게 커밍아웃해 보세요.
E: 윗 분, 아내가 이해해 준다고 해서 너무 심하게 하시면 안 돼요. 나중에 정말 창피당하는 일 생겨요. 경험상 이해해 준다고 해도 그게 쌓이고 쌓이다 보면 독이 되더라구요.

여장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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