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장소설 119] 트랜스젠더 형, 크로스드레서 동생

얼마 전 일이다.
시골에 계신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형 문제로 가족회의를 해야겠다는 것이다.
나는 엄마와 농담을 자주하는 편이어서…
“여자 문제예요?”라고 농담조로 물어보았는데
엄마는 조금 심각한 말투로 일단 내려오라며 전화를 끊었다.
형은 지역 농협에 다닌다.
요즘 선을 자주 보는 모양인데 아마 그 일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나는 집으로 내려갔다.
시골에 도착해 현관문을 열자 아니나 다를까 못 보던 신발 하나가 있었다.
하이힐이 있었다.
형수 될 사람이 벌써 집에 온 건가?
엄마는 거실 소파에 앉아 있었다.
내가 하이힐을 가리키며 “형 여자친구예요?”라고 묻자,
엄마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형이 데려온 여자가 맘에 들지 않는 걸까?
“형은요?”
“방에 들어가 봐.”
방문이 살짝 열려있었다.
“형!”하고 불러보았으나 형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단아한 정장 차림의 아가씨가 형의 침대에 걸터앉아 창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살짝 본 옆 얼굴은 꽤나 미인이었다.
나는 “안녕하세요.” 하려다가
그냥 문만 살짝 닫아주고 거실고 나왔다.
거실로 돌아온 나는 엄마에게.
“형은요? 저분이 형수 될 사람이에요?”라고 물었다.
그러나 엄마는 아까보다 더 큰 한숨을 내쉬며 내게 청천벽력 같은 말을 했다.
“방금 네가 본 사람, 그 여자가 네 형이다.”
순간 망치로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방금 내가 본 여자, 그 여자가 내 형이라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차 안에서 형에 대해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형은 어릴적부터 여자 같다는 소릴 많이 들었다.
내성적이고 착하고 공부도 잘했다.
부모님 속을 썩힌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런 형이 여자가 되고 싶어 한단다.
아직 생물학적으로는 완전한 여자가 아닌 예비 트랜스젠더지만,
가족 앞에서 형은 여자가 되고 싶다고,
앞으로 여자로 살겠다고 선언했다.
수술 또한 오래전부터 준비했다고 한다.
다시 한번 여장한 형의 모습을 떠올려 보았다.
다리를 비스듬히 꼬고 앉아 있던 형의 모습은 정말로 여자 같았다.
긴 머리와 고운 화장 때문인지 예쁘기까지 했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부모님을 위로하고, 형을 격려해 주어야 할 내가.
그런 내가 말이다.
형의 여장한 모습을 떠올리며…
가슴이 두근거리고 있다.
나는 사실,
사실 말이다.
크로스드레서다.
그것도 레즈 성향을 가진 크로스드레서.

크로스드레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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