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장소설 120] 여장 남편의 불안한 삶

아내가 동네 아주머니들과 함께 저녁 운동을 나갔다.
보통 3바퀴를 돌고 오는데,
대략 1시간 정도가 걸린다.
그러니까 아내는 최소 1시간 정도 후에 집으로 돌아올 예정인 것이다.
결혼 전 시디였던 나,
결혼 후 여장을 못 하게 되자 아내가 없는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게 되었다.
이렇게 잠깐이라도 아내가 외출할 때면 여장 생각이 간절하다.
특히 오늘, 더욱 여장이 간절했던 건,
퇴근하면서 지하상가를 지나쳐 오는데…
내 눈에 쏙 들어오는 미니스커트 하나를 발견하고,
그걸 구매해 왔기 때문이다.
그 미니스커트는 지금 차 안에 있다.
아내가 운동을 나간 즉시 나는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 미니스커트를 재빨리 집으로 가져왔다.
그리고 전신거울 앞에 서서 입었다.
“하! 예뻐라.”
허리도 딱 맞고 부채꼴처럼 넓게 퍼지는 치마의 형태가 너무나 아름다웠다.
이제 아내가 돌아올 때까지의 약 1시간 동안 나는 여자가 될 것이다.
화장도 하고 싶었으나 그러기엔 시간이 너무나 부족했다.
그래도 아쉬운 대로 립스틱은 발랐다.
그것만으로도 마냥 행복했다.
지금 이 모습을 일반인이 본다면 매우 한심스러울 것이다.
“그게 대체 뭐야? 그런 게 재미있어?”라고 말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시디로 태어나지 않았다면 모른다.
여장이 이렇게나 즐겁고 행복한 취미라는 걸.
그러데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다.
나의 경우 여장의 마무리는 늘 자위로 마감하는데…
그날도 자위로 여장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아내가 들어오기 약 20분 전,
다시 정상의 옷으로 갈아입고
혹시나 남았을 여장의 흔적을 모두 지우고
담배 한 개비를 입에 물었는데…
세상에!
담배를 반쯤 피웠을 무렵…
담배에서 묻어나오는 빨간색 립스틱 자욱.
정말이지 큰일 날 뻔했다.
입술에 립스틱을 발랐던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다행히 담배를 피웠으니 망정이지 하마터면 립스틱을 칠한 얼굴로 아내를 맞이할 뻔했다.
화장실로 가 얼른 립스틱을 지우고 티비를 보는 척했다.
잠시 후 아내가 돌아왔다.
정말 가슴 철렁한 순간이었다.
이렇게 여장하는 남편은 아내 앞에서 늘 살얼음판을 걸으며 삽니다.
조심, 또 조심한다고 하지만 가끔 이렇게 실수할 뻔 할 때가 있지요.
만약 립스틱을 바른 채로 소파에 앉아 아무런 일도 없었던 듯 티비를 보고 있었더라면…
생각만해도 끔찍합니다.
여장! 그게 대체 뭐라고…
이렇게 불안한 삶을 사는지 원…
그러나 정녕 끊을 수가 없네요.

여장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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