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스물다섯 살이었을 때,
내 키는 178에 몸무게는 60kg이었다.
사지 멀쩡한, 그야말로 건장한 사내였다.
그런 내가 여장에 빠졌다.
무슨 계기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냥 아무런 이유 없이…
무작정 여자 옷에 끌렸다.
처음엔 여자 속옷 – 브래지어, 팬티 등으로 시작해 하이힐에 미니스커트 등을 입고 외출하는 지경에 까지 이르렀다.
그런 시디 생활을 5년이나 했었다.
지금 돌이켜 보면 그때의 나는 참으로 예뻤었는데…
참으로 여성스러웠는데…
그리고 마냥 행복했었는데…
어느 날 내게 여자 친구가 생기면서부터 여장을 접게 되었다.
여자 친구를 속이면서까지 여장을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여자 친구를 사귀면서도 여장 생각은 계속 났다.
이 시간에 여장을 해야 하는데…
여자 친구와의 데이트 시간이 아깝게만 느껴졌다.
마음이 다른 곳에 가 있으니 연애가 잘 될 리 없었다.
결국, 얼마 안 있어 여자 친구와 헤어졌다.
이제 머릿속은 온통 여장 생각으로만 채워졌다.
하지만 어느덧…
내 나이 서른 둘.
다시 여장을 시작하려 하니 이제는 몸매가 받쳐주지 않는다.
그사이 내 몸은 많이 비대해졌다.
어제 지하상가에서 구매한 원피스를 입어보았는데 아예 들어가지도 않는다.
다리에도 살이 붙어 마치 씨름선수처럼 보인다.
이 다리론 어떤 여자 옷도 입을 수 없다.
내 나이 스물다섯이었을 때,
내 몸은 정말 여자 같았었는데…
이제 몸 여기저기서 상남자의 티가 난다.
이제 여장은 틀린 걸까?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는 없는 걸까?
이럴 땐 키 작은 남자들이 부럽다.
키 작은 남자들은 몸매만 받쳐준다면 대부분의 여자 옷이 잘 어울린다.
그래서 여장남자 중에 유독 키 작은 남자가 많다.
아! 내 키가 165만 되었어도 이런 고민은 하지 않았을 텐데.
내 키는 여장하기엔 너무 크다.
그래도 여장이 너무나 간절하다.
오늘부터라도 살을 빼야겠다.
키는 못 줄이더라도 몸무게는 줄일 수 있을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