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장소설 128] 하이힐, 나를 여장의 세계로

내가 하이힐을 처음 신어 본 건 이모의 신발 가게에서였다.
당시 이모는 여성화 매장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그곳에서 잠깐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
어느 날 이모가 외출하고 가게에 혼자 남게 되었을 때
문득 빨간색 하이힐 하나가 내 눈에 들어왔다.
신어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게 들었다.
시디들에게는 여장의 계기가 다들 하나쯤 있는 것 같다.
내게도 그 계기를 물어본다면 나는 이 하이힐 때문이라고 해야겠다.
내가 이모 가게에서 처음 신어 본 하이힐은 세무 재질의 빨간색 하이힐이었다.
힐 앞쪽에 장미 모양의 보석이 달려있는 무척 예쁜 디자인이었다.
그것이 내 발에 신겨졌을 때의 첫 느낌은…
뭐랄까?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황홀감이었다.
위에서 내려다본 하이힐을 신은 내 발이 어쩜 그리 예뻐 보이던지…
그렇게 나는 하이힐과의 사랑에 빠졌다.
며칠 후 나는 다른 여성용 신발 전문점에서 내 인생 첫 여성용 신발을 구매하게 된다.
이모 가게에서 본 것과 비슷한 모양의 빨간색 하이힐이었다.
그것을 봉투에 담아 집으로 오는 길이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
가족 모두가 잠든 밤,
나는 그 하이힐을 꺼내 신고 여자의 걸음걸이를 흉내 내며 방 안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이미 내 안에는 시디 성향이 숨겨져 있었던 것 같다.
하이힐을 한 번 신어 본 걸로는 설명되지 않는 일이 다음 날부터 벌어진다.
다음날부터 나는 본격적인 여장 생활에 돌입했다.
첫날엔 브래지어와 팬티를,
다음 날엔 치마와 블라우스를 사서 입게 되었다.
몇 달 후엔 화장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여장할 때의 신발은 늘 하이힐이었다.
여자 옷을 완전히 갖춰 입고 하이힐까지 신은 내 모습은 완전한 여자의 모습, 그 자체였다.
거울 속 나는 너무도 예뻤다.
그렇게 밤마다 가족들 몰래 나는 여장을 즐겼다.
언제나 빨간색 하이힐을 신고서 말이다.
성인이 된 지금도 저는 하이힐을 무척 좋아합니다.
신발장에 따로 하이힐 섹터가 있을 정도로요.
저처럼 하이힐에 반해 시디가 된 경우가 있는 지 궁금하네요.

하이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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