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장소설 135] 여자가 되는 시간

어렸을 때부터 나는 종종 누나의 속옷을 몰래 입어보곤 했다.
여자 속옷의 부드러움을 그때부터 알게 된 것이다.
그리고 지금 나는 대학생.
내가 시디인지 티지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여자 옷이 너무나 예뻐 보이고
여자가 화장하는 모습을 보면 나도 따라 하고 싶은 충동이 인다.
누나가 없을 때 가끔 누나 화장대에 앉는데 가슴이 마구 뛴다.
스타킹과 치마를 입고 외출하는 누나의 뒷모습을 보면 흥분을 감출 수가 없다.
성적 매력 때문이 아니다.
나도 여자들처럼 예쁜 옷을 입고 멋지게 외출하고 싶은 욕구 때문이다.
성전환 수술로 여자가 되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저 여자의 예쁜 옷이 좋을 뿐이다.
그러므로 나는 내 성향을 시디로 진단한다.
최근 나는 이런 내 성향을 인정하기로 했다.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내 마음이 너무 간절해서다.
지금은 빨리 졸업하고 회사에 취직하고 돈 벌어서 독립하고 싶은 생각뿐이다.
나만의 방을 마련해 예쁘게 화장하고 예쁜 여자 옷을 입으며 평생을 여자의 모습으로 살고 싶다.
결혼은 안 할 것이다.
한국 여자들이 이런 성향의 남자를 이해해 줄 리 없다.
나는 지금 또 누나의 화장대에 앉아 있다.
이제 예전처럼 누나의 화장품을 훔쳐 쓰지 않는다.
비밀 서랍에 숨겨둔 내 화장품을 쓴다.
가족들은 모두 저녁에나 들어 올 예정이다.
집에 홀로 남아있는 이 시간,
여자가 되는 이 시간이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가족들이 돌아오기까지의 8시간 동안 나는 여자가 될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예쁜 여자가.

여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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