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는 사무실에서 라디오를 들으며 일한다.
’여성시대‘라는 프로그램을 주로 듣는데 금요일에는 자녀 상담 코너가 있다.
오늘 그곳에 특별한 사연 하나가 올라왔다.
아들이 중학생인데 여자 옷을 입고 싶어 하고, 여자가 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를 물어보면,
여자 옷은 예쁘고 종류가 많아서 자꾸 끌린다고 한다.
아들이 여자 옷을 워낙 입고 싶어 해서 엄마는 치마와 블라우스 등을 사서 아들에게 입혀준다고 한다.
상담사는 서천석 정신과 의사.
그런 사람들을 크로서드레서 또는 드랙퀸이라고 부른다며 청취자에게 알려주었다.
나는 크로스드레서이기에 이미 그런 용어들을 알고 있었다.
어떤 조언을 하는지 들어보았다.
특별한 건 없었다.
별일 아니며 호기심이 많을 나이엔 그럴 수 있고, 자라면서 없어질 거라고 했다.
정말 그럴까?
내 생각은 다르다.
내 생각에, 그 중학생의 여장 욕구는 살면서 계속 증가할 것이다.
왜냐하면, 내가 그랬기 때문이다.
크로스드레서 성향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고,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는 증상이 아니다.
이미 태어나면서부터 몸에 지녔으며, 살면서 계속 나타나는 증상이다.
그 성향이 언제 나타나는지는 시기에 차이가 있을 뿐 반드시 나타난다.
중학생이면 비교적 이른 시기에 나타난 것이고 대부분 고등학생 때 나타난다.
나도 고등학생 때 나타났다.
옷걸이에 걸려있던 여동생의 치마를 보고 처음 여장 욕구를 느꼈다.
이후 여동생의 속옷을 몰래 입어봄으로써 여장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여장을 놓지 못하고 있다.
정신과 의사나 앵커 모두 크로스드레서가 아니기에,
그런 경험을 해본 적이 없기에, 그렇게 쉽게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내 경험상,
그리고 주위에서 들은 여러 시디들의 의견을 종합에 볼 때,
이 증상은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다.
이 증상은 평생 갖고 가야 한다.
그나저나 방송에서 크로스드레서라는 용어를 들으니 무척 반가웠다.
당시 여직원과 함께 방송을 듣고 있어서 조금 당혹스럽기는 했지만,
용어 자체는 매우 반가웠다.
물론 지금 내가 크로스드레서인 건 아무도 모른다.
집에서 수시로 여장을 즐기지만, 가족 누구에게도 발각되지 않았다.
여장은 꼭꼭 숨겨야 할 비밀스러운 취미이기 때문이다.
혹시 내가 그 중학생과 만날 수 있다면 이런 조언을 해주고 싶다.
애야!
크로스드레서 성향은 타고나는 것이란다.
자신을 예쁘게 꾸미려는 욕망은 남녀를 떠나서 죄가 될 수 없다.
그러니 네 마음이 이끄는 대로 살아가려무나.
여장한 네가 행복하다면 그렇게 살아가는 게 옳다.
우리 시디들에게 여장은 일종의 숙명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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