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장

[여장소설 201] 여장하는 아빠, 딸의 속옷을 탐하다.

토요일 아침,
딸과 아내가 도수 치료를 받으러 갔다.
대학생인 딸의 허리가 좋지 않아서다.
나는 집에 혼자 남게 되었다.
여장의 기회가 찾아왔다.
나는 집에 혼자 남게 되면 여장하고 싶은 충동에 빠진다.
하지만 내겐 여자 옷이 없다.
이곳, 새 아파트로 이사 오기 전,
비밀 장소에 숨겨 두었던 여자 옷과 여장 물품들을 모두 버렸기 때문이다.
에휴~ 너무나 아깝다.
“하나라도 남겨둘걸.”하는 후회가 가슴을 친다.
왜 매번 이런 후회를 하는건지…
아쉬운 대로 아내의 속옷 서랍을 뒤져보았으나 마땅한 게 없었다.
아무런 무늬도 없는 살구색 팬티, 레이스 장식 하나 없는 브래지어, 섹시함이라곤 1도 찾아볼 수 없는 속옷들이 전부였다.
아내에게 슬립이 있었던가?
서랍 깊은 곳을 뒤져 슬립 하나를 겨우 찾아냈다.
길이가 무릎 아래까지 내려오는 그야말로 답답한 형태의 롱슬립이었다.
가슴도 파여있지 않고 그 흔한 레이스 장식 하나 없다.
그래도 어쩌랴.
그거라도 입고 거울 앞에 섰다.
예쁘지 않았다.
흥이 돋지 않았다.
예전에 내가 가진 슬립에 비하면 이건 속옷도 아니다.
어쩜 여자가 속옷 하나를 사도 이렇게 평범한 것만 산단 말인가?
덕분에 그것도 서지 않았다.
여자 옷만 입으면 발끈해지는 그것이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때 문득 든 생각.
참으로 나쁜 생각이었지만, 나는 딸의 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손대지 말아야 할 곳에 손을 대고 말았다.
여장에 미치면 이렇게 된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된다.
딸의 속옷 서랍을 열었다.
예상대로 딸의 속옷은 아내의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예뻤다.
하얀색 바탕에 분홍색 꽃무늬가 가득한 브래지어와 팬티,
보는 것만으로도 흥분되었다.
딸의 방에는 전신거울이 있다.
딸의 브래지어와 팬티를 입고 거울 앞에 섰다.
예쁘다. 정말 예쁘다.
딸한테는 정말 미안하고 이런 행동을 하는 내가 몹시 부끄럽지만 나는 지금 이성을 잃은 상태.
여장 외에는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이 글을 일반인이 본다면 아마 나를 미친놈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시디로 태어나지 않았다면 이해할 수 없다.
시디들이 왜 그토록 여장에 미쳐하는지.
여장에 미치면 왜 심지어 아내와 자식까지도 눈에 보이지 않게 되는지.
여장은 마약이다.
마약보다 더 독하다.
그들이 돌아올 시간은 대략 2시간 후.
이제 한 시간도 안 남았다.
그 시간에 나는 최대한의 여장을 즐기기로 했다.
딸의 옷장을 뒤졌다.
그 치마를 찾기 위해서다.
너무 짧지 않냐고 엄마에게 타박받던 그 치마.
내가 가장 좋아하는 테니스 스커트다.
그걸 입은 딸의 모습을 처음 보았을 때 나는 가슴이 설렜다.
정말로 예뻐 보였고 예전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감회가 새로웠다.
한때 나는 테니스 스커트 마니아였다.
여장 외출 때는 거의 그런 종류의 치마만 입었다.
딸의 테니스 스커트를, 그리고 그것에 어울리는 하얀색 블라우스를 찾아 입고 또 거울 앞에 섰다.
예쁘다. 정말 예쁘다.
어쩜 이렇게 예쁠 수가.
거울 앞을 떠날 수가 없었다.
마치 내가 여대생이 된 것처럼 여자의 걸음걸이를 흉내 내어 방 안 이곳저곳을 걸어다녔다.
그렇게 여대생으로의 30분이 지나갔다.
너무나 짧은 시간, 하지만 행복했다.
이제 곧 그들이 돌아온다.
모든 흔적을 없애야 한다.
딸의 브래지어와 팬티를 처음 있던 자리에, 치마와 블라우스도 손을 댄 흔적 없이 걸어 놓았다.
그리고 소파에 누웠다.
마치 책을 읽다가 잠이든 것처럼 소파에 누워 잠이 든 척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딸과 아내가 돌아온 것이다.
점심으로 햄버거를 사 왔다며 나를 깨웠다.
나는 잠이 덜 깬 표정으로…“잘 갔다 왔어?”라고 말했다.
나는 참으로 나쁜 남편, 나쁜 아빠다.

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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