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

[여장소설 209] 한복 여장

내 여장 취향은 조금 독특하다.
나는 한복 여장을 즐긴다.
어렸을 적 예식장에서 보았던 한복 입은 아가씨가 나를 한복의 세계로 이끌었다.
어린 나이에도 그 단아한 자태가 얼마나 아름다워 보이던지…
한복 입은 여자를 보려고 일부러 예식장 주변을 서성거리기도 했다.
한동안 잊고 살았던 한복에 대한 열망은 대학 시절에 나타났다.
학교 행사 때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여학생이 행사장 입구에서 안내하는 모습을 보고 그 욕구가 다시금 샘솟았다.
얼마나 입고 싶었던지, 그길로 곧장 한복 가게로 가 한복을 구매했다.
몸의 치수를 재며 남자가 왜 여자 한복을 입느냐는 아주머니의 질문에…
그 여학생에게 힌트를 얻어, 학교 행사가 있어서라고 말했다.
당시 원룸을 얻어서 혼자 자취하고 있던 나,
한복을 구매해 집으로 오는 길이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
남자 옷을 모두 벗어버리고 여자 한복 안으로 들어가는 기분.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맨살에 닿는 속치마의 질감이 너무나 감미로웠다.
남자가 여자 한복을 찾는 데도 싫은 내색 하지 않던 아주머니.
그런 아주머니에게 나는 내 시디 성향을 고백했다.
“아주머니… 저, 사실은 여장하는 취미가 있어요. 그 한복, 학교 행사 때 입으려고 산 게 아니라 집에서 입으려고 산 거예요.”
처음엔 놀란 표정을 지었으나 내가 한복에 반한 이유를 설명하자 아주머니는 그런 나를 흔쾌히 이해해 주셨다.
“한복이 예쁘긴 하지.”라고 말씀하시면서.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고 잠깐은 괜찮을 것 같다고 말씀해주셨다.
그 일이 있고 난 후, 수년이 지났건만 나는 여전히 한복 사랑에 빠져 있다.
며칠 전 나는 한복 차림으로 여장을 하고 경복궁 야간 개장에 다녀왔다.
그때 찍은 사진을 시디 카페에 올렸다.
그리고 그 글에 몇 개의 댓글이 달렸다.
-참 예쁘세요. 용기도 대단하시고, 저도 한복을 좋아하는 시디랍니다.
-여장의 시작을 한복으로 하셨군요. 아가씨들이 입으면 정말로 예쁘지요.
-자취방이라… 여자가 되어가는 나만의 비밀 공간이죠. 얼마나 흥분되었을까요?
-해보지 않은 사람은 저 기분 모르죠. 한복 속치마의 부드러운 질감은 자위를 부르죠. 크크.
-저도 엄마의 한복으로 처음 여장을 시작했어요. 기분이 너무 좋았어요. 그 마음 충분히 이해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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