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장소설 40] 여자들의 물건이라면

모임 사람들과 함께 식당에 갔다.
감자탕집이었다.
옆자리는 이미 손님이 왔다 간 상태.
그러나 아직 테이블이 치워지지 않고 있었다.
치워지지 않은 접시 사이로 동그란 물건 하나가 보였다.
여자들이 핸드백에 넣고 다니는 작은 화장품,
콤팩트였다.
어느 여자가 깜빡 잊고 간 모양이다.
케이스가 예쁘고 좋아 보였다.
여장남자인 나.
여자들의 물건이라면 이렇게, 보기만 해도 가슴이 뛴다.
그것이 화장품이라면 더욱.
갖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회원 중 한 명은 화장실에 갔고, 두 명은 이야기를 나누느라 바쁘다.
그 틈을 이용해 나는 콤팩트를 주머니에 넣었다.
집어드는 순간…
손과 가슴이 얼마나 떨렸는지 모른다.
주인이 다시 찾으러 올 수도 있고 주머니에 넣는 걸 누군가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갖고 싶은 욕망이 더 컸다.
순식간에 나는 양심 없는 인간이 되었다.
여장이 취미이기에, 집에 이미 여러 종류의 화장품이 있는데도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모르겠다.
이제 생각은 온통 훔친 콤팩트에만 가 있었다.
어떤 제품인지, 얼마나 사용했는지, 집에 가서 빨리 확인해보고 싶은 생각만 들었다.
무엇보다 여자가 사용한 제품이란 것에 더욱 마음이 끌렸다.
화장품에서 여자의 향기가 날 것 같은 생각.
그리고 또 하나.
화장품을 보니 갑자기 여장 생각이 났다.
모임은 이제 시작인데 어떤 핑계라도 대고 빠져나가고 싶었다.
집에 가서, 혹은 모텔을 잡고서 여장이 하고 싶어졌다.
훔친 콤팩트로 예쁘게 화장하고 짧은 치마를 입고 거리를 활보하고 싶어졌다.
나라는 놈.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어느 여자가 놓고 간 화장품 하나 때문에 마음이 온통 뒤숭숭한 하루였다.
화장품, 그게 대체 뭐라고…

 

여자들의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