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소설 55] 친구가 없을 때 숨겨둔 여성용 팬티나 브래지어를 입고

성 소수자들의 경험담을 보면,
타고 난 성향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겠지만 자라 온 환경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내 어린 시절은 참으로 불우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부모님이 이혼하셨고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나에게 그리 호의적이지 않던 새엄마와 함께 살아야 했다.
나를 떠난 엄마와 나를 좋아하지 않는 새엄마로 인하여 내겐 여자들에 대한 반감같은 게 생겨났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친구의 소개로 연애를 잠깐 했었지만 이성에 대한 열정은 그리 높지 않았다.
왠지 모르겠지만 이성에 대한 호기심보다 여자들의 옷 입는 모습이나 화장에 더 큰 관심을 보였다.
내 안에서 여성의 싹이 트고 있었던 것이다.
여자를 사귀고 싶다는 생각보다 내가 여자가 되어 남자에게 보호받고 싶다는 생각,
건장한 남자 품에 안겨 애교를 부리고 싶은 생각이 더 들었다.
아마 이것도 어릴 적 내 애정 결핍에서 나오는 증상이지 싶었다.
고2 때 친구와 자취를을 한 적이 있는데 내 여성적 성향을 친구에게 들키고 싶지 않아 운동을 해보기도 했지만 적극적이진 않았다.
친구에게 되도록 내 여성적 성향이 드러나지 않도록 노력했지만 완벽히 감출 수는 없었다.
친구가 고향 집에 내려갈때면 숨겨둔 여성용 팬티나 브래지어를 꺼내 입고 홀로 여장을 즐겼다.
잘 때는 야한 슬립을 입고 잤는데 자는 동안 내가 마치 여자가 된 듯한 느낌이 들어 마냥 행복했다.
여성용 레깅스를 구매해 입기도 했는데 친구에게는 남성용 레깅스라며 거짓말을 했다.
친구가 “그거 입으니까 꼭 여자 같다.”라고 말했을 때
“그래! 나 사실은 여자가 되고 싶어.”라고 말할 뻔 했다.
여자가 되어 친구 품에 안기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이렇게 내 트랜스젠더적 성향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 나이 스물다섯.
나는 이제 진짜 여자가 되고 싶다.

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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