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장소설 85] 크로스드레서에게 가장 행복한 시간

추석 연휴가 시작되었다.
내 고향은 남쪽 시골, 00 군 00 읍이다.
하지만 이번 추석엔 고향에 내려가지 않았다.
“언제 결혼할 거냐? 사귀는 사람은 있는 거냐?”라는 소리만 들을 바에야 차라리 서울에 남아 여장이나 즐기는 게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세수하고 면도하는 나.
나는 크로스드레서다.
화장대에 다소곳이 앉는다.
크로스드레서인 내게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거울 속 예쁜 얼굴.
이제부터 나는 여자가 된다.
내가 외출할 때 즐겨 쓰는 가발은 롱웨이브 가발.
긴 가발이 나를 더욱 여성스럽게 보이게 하고 웨이브 머리는 너무나 매력적이다.
오늘은 빨간색 숏원피스를 입을 계획이다.
원피스 길이는 무릎까지 올라올 정도로 짧다.
이런 종류의 원피스를 입으면 나는 마치 내가 술집 여자라도 된 듯한 착각에 빠진다.
나는 얌전한 여자보다 색기 있는 여자가 더 좋다.
하이힐을 신고 거울 앞에 섰다.
예쁘다. 정말 예쁘다.
정말 술집 여자처럼 보인다.
거울 속 이런 내 모습에 반해 나는 시디가 되었다.
호기심에 무심코 했던 여장이…
남자도 화장하면 이렇게 예뻐질 수 있다는 게 참으로 신기하고 놀라웠다.
화장한 내 얼굴은 정말로 예뻤다.
차를 몰아 00 호수공원으로 갔다.
공원엔 아무도 없었다.
새벽 3시에 사람이 있을 리 없다.
여장을 즐기기에 딱 좋은 시간과 장소다.
트렁크 문을 열고 촬영 장비를 꺼냈다.
나는 내 여장을 기록으로 남기는 걸 좋아한다.
나이 들어 더는 여장할 수 없을 때, 좋은 추억이 될 수 있을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삼각대를 트렁크 앞에 세우고 트렁크 안으로 들어갔다.
내 몸이 작아 가능한 일이다.
무릎을 접고 요염한 포즈를 취했다.
며칠 전 모 시디 카페에서 어느 시디가 이런 포즈로 사진을 찍어 올렸는데 반응이 아주 좋았었다.
그래서 나도 따라 해 보는 것이다.
시디들은 1차는 일반 여자들에게서, 2차는 같은 시디들에게서 여장의 노하우를 배운다.
그만큼 경험 많은 시디는 보통의 여자보다 더 여자에 대해 많은 것을 안다.
시디들의 행동 양식은 대개가 비슷하다.
주로 밤에 활동하며 사진 찍기를 좋아한다.
자기 모습이 여자처럼, 그리고 예쁘게 나올 때까지 찍고 또 찍는다.
그날의 내 여장한 모습도 참으로 예쁘게 나왔다.
그래서 나 또한 시디 카페에 나의 모습을 올렸다.
“추석 선물이에요. 저 갖고 싶은 분 얼른 와 데려가세요.”라고 썼다.
촬영 장비를 거두고, 다른 옷으로 갈아입고, 인적이 끊긴 공원을 홀로 걸었다.
어둠이 조금 무섭기는 하지만, 여장의 즐거움이 더 크다.
어디선가 산들바람이 불어온다.
치마 안으로 상쾌한 바람이 들어온다.
내가 긴 치마보다 짧은 미니스커트를 더 선호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치마 안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치마 속 내 그것을 기분 좋게 해주기 때문이다.
치마 앞이 볼록해졌다.
기분이 좋다는 뜻이다.
호수 표면에 드리워진 00 아파트의 불빛들이 너무나 예쁘고 아름다웠다.
지금 가족들은 모두 모여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을텐데…
나는 이곳에서 무얼 하는가?
이런 내 모습을 엄마와 형제들이 알면 얼마나 실망할까?
나는 왜 여자로 태어나지 못하고 지금 이곳에서 이런 괴이한 짓을 하고 있는가?
이런 내 모습이 참으로 가련하다.

크로스드레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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