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업

[여장후기 188] 처음 시디바에서 풀업한 이야기

지난주 토요일.
혼자 심심해서 다음의 한 시디카페에 들어가 있는데 쪽지가 왔다.
카페에서 오는 쪽지의 80%는 만남을 원하는 러버들이기에 보통은 대꾸하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 그분은 러버가 아닌 시디였고 오늘 업하러 갈 생각인데 함께 갈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다.
처음엔 모텔이나 그런 곳에 가는 줄 알았다.
업도구가 없다고 했더니…
그게 아니고 시디바에 가서 놀 거라고 하셨다.
사는 곳이 부산이라 부산엔 아는 곳이 없고 대구로 가서 놀자고 하셔서…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집을 나섰다.
물론 노 업 상태로…
전화하고 만나서 이야기하고 가는 동안 시디카페에 관한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언니는 업을 해야 한다고 해서 내가 잠시 운전대를 잡고 언니는 뒤에서 업을 했다.
언니의 빨간색 체크 무늬 스커트에 고탄력 스타킹은 보기만 해도 하~
다시 앞 좌석으로 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가는데,
성향도 나와 비슷하고 말도 재미있게 해 주셔서 편한 마음으로 대구의 한 시디바에 도착했다.
입구에 도착하니 바의 주인 언니는 이미 다른 시디분들 업 사진을 찍어주고 계셨고…
사실 주인 언니가 그곳에서 가장 예뻤다.
주인 언니가 두 분이셨는데 두 분 다 너무 예뻤다.
게다가 섹시한 몸매까지…옷은 또 얼마나 예쁘던지…
나는 풀업이 처음이다 보니 주인 언니 중 한 분이 도와주셨는데…
말씀도 재미있게 해주시고 메이크업도 정말 예쁘게 잘 해주셨다.
하늘하늘한 원피스에 가발과 메이크업, 거기에 힐까지 신으니 기분이 말 할 수 없이 좋았다.
평소 고대하던 업을 마침내 했으니 더 그랬을 것이다.
내가 이런 성향이란 걸 안 건 정말 오래되었지만,
본격적으로 업을 하리라 마음 먹은지는 얼마 되지 않았기에 실제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게 너무나 기뻤다.
가벼운 맥주와 함께 우리보다 먼저 와서 사진 찍던 두 분이 아무래도 서먹서먹했다.
그러나 서로의 눈이 이따금 마주치는 거로 봐서 서로에게 마음으로 예쁘다고 하는 것 같았다.
한쪽 테이블에 러버분들도 오셔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는 걸 신기한 듯 바라보고…
내가 워낙에 말수가 적다 보니, 게다가 시디바는 처음이어서 더 다소곳이 앉아 있었던듯 싶다.
그래도 여러 언니들이 처음 온 내가 어색해 할까 봐 이야기도 걸어주고 해서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왔다.
태어나 처음으로 풀업을 하며 느꼈던 점.
1. 혼자 업하는 언니들…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
2. 마스카라에 짙은 눈 화장, 내 눈이 아닌 것 같은 생각. 하지만 여성잡지 어디선가 본 듯한 얼굴이 내 모습과 겹쳐 너무나 행복했음.
3. 몸가짐이 얌전해진다고 해야 하나? 내 몸과 마음이 조금씩 여성스럽게 바뀌는 것 같고 성격도 착한 여자처럼 바뀌는 거 같았다. 너무 색다른 경험이었음.
4. 다음에 또 가게 되면… 시디바 근처 거리를 한 바퀴 돌아볼 야심 찬 계획을 세웠음.
풀업 경험을 마치고 부산으로 돌아오는 길에 함께 간 언니랑 이야기하면서,
여름엔 더워서 업하기 힘드니 다음에 기회가 되면 가을에 한 번 더 가자고 해서 “그러면 정말 좋죠.”라고 말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우연한 기회로 얻은 꿈만 같았던 하루.
오늘 했던 여장은 내 인생 가장 행복한 경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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