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코노코는 여자애처럼 생긴 남자를 일컫는 신조어입니다.
한국에는 여장남자, 시디라는 말이 있지만,
저는 그 단어가 조금 거북스럽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오토코노코라는 이름을 제 성향에 붙이기로 했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오토코노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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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의 만남을 마친 후 우연히 고속버스터미널 안을 지나가게 되었다.
그곳 광장에서 여자 옷을 팔고 있었다.
그런데 가격이 매우 저렴했다.
아무거나 3개에 1만 원.
나는 저렴한 가격에 혹해서 여자 옷 세 벌을 충동 구매해 집으로 왔다.
치마와 블라우스, 티 같은 종류다.
그런데 집에 와서 입어보니 모두 별로였다.
사이즈는 맞는데 치마 길이가 너무 길고 조금 촌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사실 옆에 걸려있었던 짧은 분홍색 스커트를 사고 싶었는데…
남자인지라 여자들 틈에 끼어서 마음대로 고를 수가 없었다.
자세히 못 보고 대충 들고 오다 보니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그리고 사실 내가 부끄러움을 많이 타서 예쁜 여자 옷을 보면 무척 사고는 싶지만
이런 공개된 장소에서는 마음 편하게 여자 옷을 고르기가 쉽지 않다.
특히 짧은 치마나 여성스러운 옷은 더욱.
그래도 싸고 좋은 옷이 많았었는데…
다들 옷 고르느라 신경도 안 썼었었는데…
그냥 철판 깔고 미니스커트 몇 개 사 오는 건데…
너무나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내일이라도 한 번 더 가 볼까?
내일은 더 잘 고를 수 있지 않을까?
어느 시간대에 가야 그래도 사람이 없을까?
나는 왜 이렇게 매사에 소심한건지…
다른 시디분들도 이런가요?
저처럼 소심하고 소극적인가요?
여자 옷은 많이 사고 싶은데,
부끄러워서 못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편의점에서 스타킹 하나 사 오는 것도 쉽지 않아요.
그래도 저는 이런 제가 좋습니다.
여장하고 사람들 앞에서 막 자랑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집에서만 소소한 여장을 즐기는 그냥 조용한 시디로 살고 싶어요.
저는 오토코노코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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