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스마트폰을 보며 표정을 일그러뜨린다.
잠시 후 내게 스마트폰을 보여준다.
“이 여장남자 좀 봐.”
나이 52세인 어느 중국 여자가 어려서부터 공주 옷이 너무 입고 싶었지만 가정 형편이 어려워 못 입었었는데 이제라도 입어보겠다며 날마다 공주 옷만 입는다고 한다.
스마트폰에는 여자의 공주 옷 입은 사진 몇 장이 들어있었다.
순간 나는, 가슴이 철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진 속 공주 드레스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여장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나는 크로스드레서.
이런 성향을 아내에게 숨기며 몇 년째 살아가고 있다.
화면 속 그녀가 입고 있는 옷,
그런 공주풍의 드레스가 내게도 있다.
나는 여장 취미 말고도 피규어를 모으는 취미가 있는데
피규어 장식장 서랍 안에 두 벌이나 있다.
아내가 집을 비우는 날이면 이런 공주 드레스를 입고 나 역시 공주 놀이를 한다.
여자의 걸음걸이를 흉내 내어 방 안 이곳저곳을 마치 공주인 양 돌아다닌다.
그때의 즐거움이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크로스드레서에게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그런데 화면 속 중국 여자의 머리가 너무 짧다.
이유는 불치병에 걸려서 머리가 잘 자라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기에 여자는 마치 남자가 여장을 한 모습, 즉 여장남자처럼 보였다.
그래서 아내도 처음엔 이 여자가 진짜 여자가 아닌, 여장남자인 줄 알았다고 한다.
그때 나는 아내의 말에서 아내의 여장남자에 대한 생각을 엿볼 수 있었다.
우습다. 징그럽다. 재수 없다.
그러니 내가, 그녀의 남편이, 여장남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아내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지금 피규어 장식장 비밀 서랍 세개 중 하나에는 공주 드레스가 두 벌 있고 또 하나의 서랍에는 여자 속옷이 무려 30개나 들어있다.
그리고 나머지 한 개의 서랍에는 외출할 때 입는 미니스커트와 블라우스, 화장품, 핸드백 등 각종 여장용품이 들어있다.
그걸 아내가 안다면 아내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여장남자를 마치 더러운 벌레 보듯 하는 아내,
아내뿐이 아니다.
세상 대부분의 여자가 이와 같은 생각을 한다.
여장남자는 혐오의 대상 중 최고에 속한다.
이런 일이 벌어질 때마다 모아둔 여자 옷을 모두 내다 버려야 하는지 갈등한다.
들키면 정말 끝장이기 때문이다.
결혼한 크로스드레서로 살아가기가 정말 힘들다.
매일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다.
부럽다.
결혼 안 한 크로스드레서들.
크로스드레서들이여, 제발 결혼하지 마세요.
결혼하면 여장, 엄두도 못 냅니다.
여장, 절대 마음 편하게 못 합니다.
그냥 혼자 사세요.
아래 사진, 내 서랍 속 공주 드레스 중 하나.
입고 있으면 내가 정말 공주가 된 듯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아…여장하고 싶다.
공주 드레스 입고 싶다.
저걸 입어본 게 대체 언제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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