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젠더

[트젠소설 210] 사실은 저 트랜스젠더예요.

어제도 나는 그녀의 욕망에 이끌려 밖으로 나갔다.
시간은 저녁 9시.
외출하기엔 조금 이른 시간이었다.
롱웨이브 가발에 검은색 가디건, 검은색 롱스커트를 입었다.
비교적 수수한 옷차림이었다.
그 모습으로 시내의 번화가를 걷다가 여성용 신발가게 하나를 발견했다.
진열해 놓은 하이힐이 너무나 예뻐 보였다.
“이거 얼마예요?”
“2만 원요”
가격이 너무나 착했다.
“245 있어요?”
가게주인은 남자였다.
내가 말한 사이즈의 신발을 찾는다.
잠시 후,
“한 번 신어보시겠어요?”
“네. 감사합니다.”
딱 맞았다. 그리고 예뻤다.
“이거 주세요.”
왜 신발가게는 여자 주인보다 남자 주인이 더 많은건지…
이곳 지하상가는 특히 더 했다.
계산할 때까지도 그는 내가 여장남자인 것을 알아채지 못하는 눈치였다.
그로 인해 내 기분은 더욱 좋아졌다.
그가 나를 여자로 보았다는 것에 더욱 자신감이 생겨 집에 들어가기가 싫어졌다.
조금 더 시내를 돌아다니기로 했다.
모텔 골목을 지나는데 어떤 남자가 내 뒤를 따라오는 게 느껴졌다.
내게 수작을 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저기, 아가씨? 저랑 맥주 한잔하실래요?”
두려운 마음도 들었지만 놓칠 수 없는 기회라 생각되었다.
보통의 여자라면 말도 안 되는 이야기겠지만, 시디에게 이런 기회가 어디 흔하겠는가?
나는 조숙한 시디가 아니기에, 그 기회를 잡고 싶었다.
하지만 맥줏집에 들어가지는 않고 근처 편의점의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가 캔맥주 두 개와 과자, 그리고 마른안주를 사 왔다.
“뒷모습이 너무나 예뻐서 따라왔습니다.”
“근데요. 저…여자 아녜요.”라고 나는 아예 처음부터 내 성별을 말해주었다.
이유는…어차피 들통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저 사실은 트랜스젠더예요.”
시디라고 말해야 했지만, 시디라는 용어를 일반인들은 잘 모를 것 같기에 그냥 트랜스젠더라고 말했다.
“아…그..그러세요.”
남자가 조금 당황한 눈빛을 보였다.
당연하다.
살면서 트랜스젠더를 만날 일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는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었다.
우리의 이야기는 그렇게 30분을 이어갔다.
남자가 맥주를 더 사 왔고 나는 처음 보는 남자 앞에서 내 과거사를 이야기해 주었다.
술과 그날 밤의 분위기가 그걸 가능하게 해준 듯싶었다.
내 이야기를 듣는 내내 그는 내게 측은한 표정을 지어주었다.
그럴 필요가 전혀 없는데…
왠지 그런 표정을 지어줘야 내가 좋아할 거라 생각했나 보다.
사람들의 트랜스젠더에 대한 인식이 이렇다.
불쌍하다는 생각, 안타깝다는 생각.
물론 러버라면 어떻게 해 보겠다는 생각도 하겠지만,
공개적인 자리에서는 대개가 이런 모습을 보인다.
맥주를 다 마신 그는 내게 힘내라고 말해주었고, 외모가 진짜 여자처럼 예쁘게 생겼다며 칭찬해주었다.
하~ 감동!
그날 밤, 실로 오랜만에 일기를 썼다.
신발가게에서부터 그와의 만남까지.
그와 나누었던 이야기, 내가 느꼈던 감정 등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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