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장일기 4] 재수 없는 년

처음 오프라인 매장에서 힐을 고를 때,
가슴이 얼마나 두근거리던지…
같은 가게를 수십 번 왔다 갔다 하며 매장 안에 사람이 없을 때를 기다려,
미리 봐두었던 힐을 얼른 사 오곤 했다.
남자 차림이라 감히 신어볼 수는 없어서,
내 발 250에 맞을지 대충 보고 구매했다.
내가 여성의 모습이었을 때,
누군가가 스타킹 신은 내 발을 잡아서 벗겨주고,
그 발에 새 신을 신겨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여자로 대접받는 느낌?
한 번은 신발가게에서 힐을 몇 켤레 이것저것 만져 보고 가격을 물어보니 너무 비싸서 다른 데 둘러보고 온다고 했더니 점원이 화를 내면서…
사지도 않을 거면서 왜 가격을 물어보냐고 큰소리로 말 해 너무나 서러웠던 적이 있다.​
여장을 했으므로 아마 속으로는 ‘재수 없는 년’이라 했을 것이다.
요즘엔 인터넷으로 구매하니 편리하다.
그치만 간혹 지하상가를 돌다 정말 예쁜 힐을 발견했을 때,
그 앞에서 멍하니 서있는 나를 아직 발견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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