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디소설 12] 보추라 불러줘요.

다음의 한 시디 카페에 가입했다.
카페 이름은 “여자들의 이야기”
회원 수는 140명 정도로 적지만 신생 카페라 매우 활동적이다.
가입 첫날,
그곳에 등업용 사진을 올렸다.
출근하기 직전, 청바지 안에 여성용 팬티를 입고 바지를 반쯤 내린 모습의 사진.
흰 꽃무늬가 들어간 보라색 팬티.
팬티 3장이 한 세트로 구성된 상품을 지난주 집 근처 BYC 매장에서 구매했다.
색깔을 바꿔가며 매일 입고 출근할 예정이다.
점심시간에 확인해 보니 댓글 2개가 달려 있었다.
“어머! 예쁘네요.”
“여자 다리처럼 가늘어요.”
정말일까?
과한 칭찬이다.
시디들은 이렇게… 사실 그렇게 까지 예쁘지 않은데도 과한 칭찬을 해준다.
시디들끼리 서로를 칭찬해줌으로써 시디로서의 동질감과 연대감을 느낀다.
나 또한 그것이 과장된 칭찬인 줄 알면서도 기분이 좋다.
시디에게 예쁘다라는 말은 세상 최고의 칭찬이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청바지 안에 사진 속 그 보라색 팬티를 입고 있다.
여장이 간절한 날엔 이렇게 여성용 팬티나 슬립을 입고 출근한다.
겉은 남자지만 안에는 여성용 팬티를 입는 남자.
나는 보추다.
앗! 방금 또 하나의 댓글이 달렸다.
“쓰담 쓰담 해주고 싶다.”
러버인 듯하다.
“고마워요. 오빠.”
러버에겐 이렇게 오빠라는 호칭을 써 줘야 좋아한다.
그러나 나는 엄연히 남자,
남자인 내 입에서…같은 남자를 향해 오빠라고 말하다니…
부끄럽다.
하지만 행복하다.
나와 같은 보추를 여자 취급해주는 러버라는 부류가 있어서 우리 보추들은 행복하다.
보추와 러버는 공생 관계다.
*
보추는 비속어입니다.
어찌보면 기분 나쁜 말이지요.
그런데 저는 보추라는 말이 왜 이리 좋을까요.
가끔 여장이 너무나 하고 싶고, 러버로부터 사랑받고 싶을 때…
모텔에서 러버를 불러들여 사랑을 나누곤 하는데요.
그때 저를 보추라 불러달라고 주문합니다.
그럼 그는…
“야 이 보추 새끼야.”라고 말을 해요.
그때 저는 무한한 행복감을 느낍니다.

보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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