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장소설 38] 여장남자의 보물창고

우리 동네에 ‘아름다운 가게’라는 곳이 있다.
중고 옷을 파는 가게인데 나는 이곳을 자주 이용한다.
여장남자인 나, 이곳에서 여자 옷을 자주 구매한다.
아주머니들이 입는 옷이 대부분이지만 가끔은 젊은 여성들이 입는 짧은 미니스커트나 예쁜 블라우스도 구매할 수 있다.
가격은 몇천 원대로 저렴하다.
가게가 주택가 외진 곳에 있다는 점과 주인이 나이 지긋한 아주머니라는 점이 여장남자인 내가 이곳을 방문하는데 부담을 덜어 준다.
옷걸이에 걸려 있는 여자 옷을 자연스럽게 만져볼 수도 있고 몸에 대보기도 하지만 아주머니는 상관하지 않는다.
남자가 왜 그렇게 많은 여자 옷을 사 가는지도 묻지 않는다.
조금 특이하다고는 생각할지 모르겠다.
내가 나간 다음, 나를 변태라고 욕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요즘엔 워낙에 그런 사람들이 많으니까…
너그럽게 이해해 줄지도 모르겠다.
나는 오늘도 그곳에서 청치마 한 개와 원피스 잠옷 한 개를 샀다.
청치마는 길이가 짧아서, 분홍색 원피스 잠옷은 체리 그림이 예뻐서 샀다.
어떤 여자가 입었던 옷일까?
세탁은 했을까?
당연히 빨아 입어야겠지만, 원피스 잠옷은 그대로 입어 볼 생각이다.
어느 여자가 입고 내놨던 옷, 그 상태 그대로 입어 보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이유는? 모르겠다.
왠지 기분이 좋을 것 같다.
오늘 밤, 이 체리 그림이 그려진 분홍색 잠옷을, 사 온 그대로 입고 잘 생각이다.
옷에서 뿜어져 나오는 어느 여인의 향기를 느끼면서…
이곳 외에도 우리 동네에는 보세 옷 파는 가게가 몇 군데 더 있는데 나는 그곳도 자주 이용한다.
지난달엔 그곳에서 댄스복 하나를 구매했다.
옷 장식이 화려하고 가슴에 보석까지 박혀 있어서 너무나 예뻤다.
그 옷을 입고, 마치 내가 걸그룹 소녀인 양 춤을 추었다.
헌 옷가게,
여장남자인 내게는 보물창고나 다름없다.

 

보물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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