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장소설 64] 러버에서 시디로

모든 시디가 다 예쁜 건 아니다.
시디는 크로스드레서의 줄임말이며 이성의 옷을 즐겨입는 사람들을 말하지만,
시디의 대부분은 남자다.
여자가 남자 옷을 입는다 하여 그를 시디라 하지는 않는다.
솔직히 남자가 화장을 아무리 잘한다고 한들 얼마나 예쁘겠는가?
얼굴과 몸에 이미 남자의 골격이 형성되어 있는데 남자의 티가 날 수밖에 없다.
물론 여자보다 더 예쁜 시디도 있다.
그들은 정말 신이 내려 준 존재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부분의 시디는 몸 이곳저곳에서 남자의 티가 난다.
내 성향은 러버다.
살면서 정말 많은 시디를 만나보았다.
지금도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시디와의 만남을 가진다.
그런데 만남을 원하는 시디 중 일부는 본인 사진이 아닌 인터넷에서 퍼온 일반 여성의 사진을 보내오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어차피 탄로 날 일.
얼마나 예뻐 보이고 싶었으면 다른 사람의 사진까지 도용하나 싶다.
그동안 여러 시디를 만나보았고 여러 이야기를 들으면서 시디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들이 여자처럼 화장하고 예쁜 옷을 입는 이유는 바로 사랑받고 싶어서다.
그걸 남자 옷으로는 해결할 수 없어서 여자 옷을 입는 거다.
사랑받고 싶다는데… 할 말 없다.
예뻐지려는 욕심은 남녀를 떠나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때로 러버들 중에 시디로 전향하는 경우가 있다.
시디를 통해 시디를 배우는 것이다.
최근 내게도 그런 성향이 나타났다.
언젠가부터 나도 여장이 하고 싶어졌다.
여자 옷을 입고 여자처럼 행동하고 싶어졌다.
그리고 지난날,
내가 시디들에게 했던 것처럼 남자 품에 안겨 어리광부리고 싶어졌다.
아마도 내가 시디 병에 전염된 것 같다.
이제 나도 예쁜 여자 옷을 입고 예쁜 여자로 살고 싶다.
그리고 남자 품에 안겨 사랑받고 싶다.
나, 지금 꽃무늬 가득한 분홍색 원피스를 입고 거울 앞에 서 있다.
여장한 내가 이렇게 예쁠 줄 몰랐다.
전직 러버인 내가…
지금 러버를 만나러 가고 있다.
정말 기가 막힐 노릇이다.
잠시 후 러버 앞에서 그동안 시디들에게 배웠던 다소곳한 표정을 하고,
밤에는 러버 품에 안겨 여자 짓을 할 생각을 하니
나 자신도 기가 막히다.
하지만 마음이 너무나 행복하다.
그의 품에 안겨 여자 짓 할 생각해 가슴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뛰고 있다.

 

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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