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소설 66] 솜털이 뽀송뽀송하게 느껴지는 기분 좋은 느낌

그 아이와의 약속을 후회했지만 나는 마력에 이끌리듯 종로로 향한 걸음을 재촉했다.
해는 어느덧 기울어 거리는 밤의 환락을 맞이하고 있었고 사람들은 분주한 모습으로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다.
그 아이를 처음 만난 곳은 종로의 파고다극장이었다.
그리 밝지 않은 극장 안이었지만 그 아이는 유난히 하얀 얼굴을 하고 있었고 그곳이 익숙하지 않은 듯 꽤 긴장한 모습이었다.
스물을 갓 넘겼을까?
그 아이의 앳되고 천진한 모습이 내 눈을 사로잡고 있었다.
옆으로 다가가 그 아이의 팔에 내 팔을 살짝 대어 보았다.
솜털이 뽀송뽀송하게 느껴지는 기분 좋은 느낌.
그 솜털 사이로 긴장하고 있는 그 아이의 떨림과 전율이 전해져 왔다.
나는 조심스럽게 그 아이의 손을 잡았다.
손은 땀으로 흥건히 젖어 있었다.
손을 잡은 채로 오 분이 지났을까…
“밖으로 나갈래요?”
나는 그 아이의 귀에 나지막이 속삭였고,
그 아인 그제야 눈을 들어 나를 쳐다보았다.
반짝이는 눈동자가 무슨 말을 하려는 듯 깜박거렸다.
“네…”
고개를 끄덕이며 그 아이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밝은 불빛 아래서 그 아이는 더욱 빛났다.
거리의 사람들을 의식하는지 그 아이는 조금 떨어져서 나를 따라왔고 우리는 종로 거리의 우뚝 선 건물 뒤,
어두운 모텔가로 이동했다.

솜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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