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장소설 72] 여자 되고 싶어서 집에서는 여자 옷만

나는 누나와 여동생 사이에서 태어났다.
누나는 결혼했고, 나와 여동생은 아직 미혼이다.
누나에겐 초등학생 딸이 있다.
누나와 딸, 여동생이 엄마 생일을 맞아 시골에 내려갔다.
나는 회사 일로 못 갔다.
누나가 시골집에 내려가 엄마와 함께 찍은 사진을 카톡으로 보내왔다.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셨기에 사진 속에는 여자들만 있었다.
누나와 딸, 엄마와 여동생.
모두 네 명의 여자가 사진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었다.
내가 함께 못 한 것을 아쉬워하자 누나는…
“여자들만 있어서 좋았어.”라고 했다.
그리고 농담으로
“다음엔 너도 여장하고 와.”라고 말했다.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이유는.
나는 크로스드레서, 즉 여장남자이기 때문이다.
물론 회사 일이 바빠서 못 간 것이긴 하지만,
가족이 모인 그날 밤에도 나는 여장을 했다.
금요일 저녁부터 주말까지, 나는 여자가 된다.
그날은 야근으로 인해 피곤한 몸이었지만, 여장에 대한 설렘으로 피곤을 잊었다.
며칠 전에 구매한 벚꽃 원피스를 입고 새벽 5시부터 아침 7시까지 동네의 골목길과 공원을 돌아다녔다.
봄바람에 살랑이는 얇은 원피스 자락이, 원피스 안으로 스며드는 상쾌한 바람이 그렇게 좋을 수 없었다.
누나가 내게 했던 말.
“너도 여장하고 와.”
그 말이 계속해 내 머릿속을 맴돈다.
“정말? 나 진짜 여장하고 가도 돼?” 라고 묻고 싶다.
엄마, 그리고 누나, 동생.
저 진짜 여자 되고 싶어요.
여자 되고 싶어서 집에서는 매일 여자 옷만 입고 살아요.
이 여자 사진, 바로 저예요.
이렇게 입고 있으면 너무나 행복해요.

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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