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소설 74] 그 해 겨울, 남산에서

스물여덟의 겨울.
주위를 둘러본다.
없다. 아무도 없다.
남산의 겨울바람이 참으로 매섭다.
커피를 한잔 마실까?
주머니 속 동전을 만지작거린다.
추운데…나갈까?
담배나 한 대 피울까?
음악을 튼다.
눈을 감는다.
‘내 손을 잡아 봐. 어디든 갈 수 있으니, 너 없는 세상은…’
갑자기 검은색 그랜저 하나가 내 앞에 와 멈춘다.
시동을 끈다.
오 분이 지났다.
비상등이 두어 번 깜빡 깜빡.
오라는 신호인가?
그렇다고 내가 갈 순 없지…라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차에서 내린다.
바람이 차갑다.
담배를 문다.
그도 차에서 내린다.
내게로 온다.
“담배 한 대 빌릴까요?”
함께 담배 한 대씩을 피우고…
나는 그의 손에 이끌려 그의 차 안으로 들어갔다.
히터가 적당히 차 안의 온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가 내 손을 끌어가 그의 무릎 위에 올려 놓았다.
내 목을 감싸고 키스를 했다.
한참 후 나는 그의 입을 천천히 밀어내고 그의 허리띠를 풀었다.
향수를 뿌렸을까?
그곳에서도 향기가 난다.
그가 의자를 뒤로 젖힌다.
혀를 빠르게 움직인다.
나의 입술로 그의 그것을 조인다.
차가 흔들린다.
순간 따뜻한 것이 혀에 와 닿는다.
사랑의 결과물…
그가 내 입안에 쏟아 놓은…
비릿한 맛이 입안 가득 퍼진다.
창문을 열고 침을 뱉는다.
그가 나를 내려주고 나는 힘 빠진 모습으로 우두커니 서 있다.
그의 차가 멀리 사라진다.
멀리 아주 멀리…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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