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장소설 77] 첫 브래지어를 차던 날

내 성향은 동성애자이기도 하고 트랜스젠더이기도 하다.
나는 여자가 되고 싶은 남자다.
가벼운 마음으로 확정 지은 게 아니라 몇 년 동안 실험하고, 경험하고, 고민해서 내린 결론이다.
내가 언젠가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어 사랑 고백을 하게 되었을 때 그 아이가 나를 이성애자로 볼 것 같아 걱정 된다.
사실은 내가 동성을 좋아하는,
게다가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나를 아는 사람들이 얼마나 큰 충격을 받을까 싶다.
그러니까 나는 남들이 맨눈으로 보는 성별과 내 실제 성별이 다른데,
내가 커밍아웃을 한다고 할지라도 성전환 수술을 할 수 있는 나이가 아니라서,
그리고 어른이 될지라도 수술이 두려워서 못할 거 같다.
이런 고민으로 지난 2년 동안 깊은 우울증에 빠져있었고 누구를 마음 놓고 사랑해 본 적이 없다.
나 자신, 평범한 사랑을 하기가 너무나 두렵다.
그리고 내 주변에는 동성애나 트랜스젠더에 대해 온통 편견을 가진 사람들뿐이라서 내 성향에 대해 누군가와 진지한 대화를 나눠 본 적도 없다.
이 나이의 사람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청춘을 나만 못 느끼고 있는 것 같아 늘 우울한 상태에 있다.
내겐 2살 차이의 누나가 있는데 최근 누나가 브래지어를 차기 시작했다.
엄마는 이제 여자가 됐다며 얼마나 기뻐하셨는지 모른다.
엄마가 누나에게 브래지어를 사다주고 채우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을 옆에서 슬쩍 보았는데 그게 얼마나 부럽던지…
누나 방에 몰래 들어가 새것 하나를 꺼내 가슴에 채워 보았다.
아! 그때의 느낌이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서랍을 뒤져 생리대도 찾아냈다.
몰래 하나를 꺼내와 이불 속으로 들어갔고,
팬티 안에 넣었을 때의 기분은 말도 못 하게 좋았다.
팬티에 생리대를 넣은 채 침대에 엎드려 엉덩이를 들썩이며 생리대의 부드러움을 느껴가며 자위를 했다.
발직하게도…
나도 누나처럼, 여자들처럼 나도 생리를 하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도 했다.
가끔 이모들이 놀러 와 재는 생긴 것도, 하는 행동도 꼭 여자 같다는 말을 들을 때면 나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지며 속으로 얼마나 가슴 설레는지 모른다.
누나와 내 성별이 바뀌었어야 했다고 말할 때면 마치 누나가 내 성을 빼앗아 간 것 같아 미워질 때도 있다.
야동을 보아온 지는 꽤 되었는데 얼마 전부터는 레즈나 시디, 트랜스젠더가 나오는 야동을 더 많이 보게 되고 일반 야동에서 느꼈던 흥분보다 더 큰 흥분을 느낀다.
특히 여자와 여자가 사랑을 나누는 레즈 동영상은 내 심장을 미치도록 뛰게 한다.
인터넷을 뒤져, 시디카페, 시시카페, 심지어 게이카페까지 찾아내서 이런 성향의 글들을 읽는다.
이제 내 컴퓨터에는 정상적인 남녀가 하는 XX가 아닌 트랜스젠더와 시디들의 XX영상들로만 가득하다.
내 나이 아직 어린데 내 몸과 정신에서 왜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지 모르겠다.
하루도 트랜스젠더와 성전환에 관해 생각하지 않는 날이 없을 정도로 지금 내 머릿속은 온통 성 정체성에 대한 혼란과 고민으로 가득 차 있다.

생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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