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소설 81] 내 몸에서 게이의 피가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은데…
생각나는 일들이 너무 많은데…
어디서부터 글을 써야 하나…
내가 이 글을 쓰는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저 누군가에게 내 말을 하고 싶고…
넋두리라도 하고 싶어서다.
앞으로 이런 사랑을 할 날이 내게 다시 올까?
2012년은 내게 평생 잊을 수 없는 한 해였다.
나에게 사랑이 무엇인지 가르쳐 준 사람.
그로 인해 내 성 정체성을 깨닫게 된 그 해, 2012년.
내가 고2였을 때였다.
이제 곧 입시생이 된다는 부담감을 안고 새 학년에 올라간 첫날.
서먹서먹함과 새로운 담임 선생님이 누가 될 것인가에 대해 모두 관심이 쏠려 있었다.
그리고 나에겐 그를 처음 본 날이었다.
2012년 3월 2일.
누군가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을 때,
처음엔 아무런 느낌도 아무런 생각도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게 그때까지만 해도 내가 게이의 피를 갖고 있다는 걸 전혀 몰랐을 때였으니까…
차라리 그를 만나지 말았어야 했다.
그랬다면 내가 지금껏 그를 생각하고 그리워하고 가끔씩 눈물 적시지 않아도 되었을 테니까.
그렇게 새 학년의 첫날은 가고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났다.
그는 그때까지 내게 아무런 말도 걸어오지 않았고 나 또한 새로 생긴 짝과 친해져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수업시간에도 쉬는 시간에도 점심시간에도 가끔 마주치는 그의 눈빛에는 무언가를 내게 말하려는 듯,
무엇인가를 내게 바라는 듯한 그런 애절한 눈빛이 담겨있었다.
그런 느낌 아시나요?
말을 걸고 싶은데…
나도 그와 말을 하고 싶은데…
왠지 말이 떨어지지 않는 뭐 그런 거.
우린 그렇게 하루에도 수십 번 눈을 마주치고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어느 날 청소시간.
그가 내게로 조용히 다가왔다.
그리고 드디어 말을 건넸다.
그가 내게 건넨 첫마디는 “너 참 귀엽게 생겼다.”였다.
딱 그 말 한마디를 남기고 그는 홱 돌아서서 가버렸다.
그리고 그날 이후 나는 그의 애인이 되었다.
하굣길의 후미진 곳에서 그와의 사랑을 나누었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지방으로 이사를 할 때까지 그와 나는 연인이었다.
내 사랑. 윤00
지금 어디서 무얼 하는지…
너무나 보고싶다.
너 때문에 잠 못 이루는 날이 너무나 많았다.
사랑해.
아직도 널…영원히 사랑해.

 

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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