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디소설 82] 여장남자에게 여자 화장실은

겨울은 시디에게 있어 풀업의 계절이다.
하지만 장시간 외출 시,
화장실 가는 게 문제다.
특히 겨울에는 유난히 소변이 자주 마렵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래서 외출하기 전 몇 시간 전부터는 수분섭취를 최대한 줄인다.
봄이나 가을에는 그 방법이 먹히긴 하지만 겨울엔 아무리 용을 써도 최소 한 번쯤은 가게 된다.
일단은 여장하고 여자 화장실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범죄라서 매번 불안한 마음이 든다.
그런 마음으로 겨우 들어간 여자 화장실의 좌변기에 앉아서…
벗고 올리고 하는 게 너무 많아서 귀찮고 불편하다.
나의 경우 화장실에 가면 진행 순서가 대충 이렇다.
치마 내리고 올인원 걷어서 올리고 웨이스트 니퍼 2장 걷어서 올리고 팬티 끌어 내리고 스타킹 끌어 내리고,
볼일 다 보고 난 후 다시 역으로 스타킹 끌어서 올리고 팬티 끌어 올리고 웨이스트 니퍼 2장 끌어 내리고,
게다가 원위치로 제대로 됐는지 최종라인까지 점검하고 나면 진이 다 빠진다.
그러니 화장실 가기가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다.
이런 글을 시디 카페에서 읽은 적이 있다.
이 글을 읽고 시디들마다 생각하는 게 참 많이 다르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나의 경우 그분과 정반대의 생각을 가졌다.
여장하고 외출 시 여자 화장실은 반드시 들르는 필수 코스다.
물론 이분 말씀대로 남자가 들어가면 절대 안 되는 금남의 구역이지만,
그러하기에 더욱 가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여자 화장실에 들어가 치마 내리고 스타킹 내리고 팬티 내리고 또 가끔은 생리대도 갈아 보고 휴지로 그곳을 닦아주고 하는…
그런 행위가 여장남자인 나를 얼마나 즐겁고 행복하게 해주는지 모른다.
그리고 화장실에서 나가기 전 화장실 거울을 보며 화장도 고치고 옷 틀어진 데 없나 점검도 하고…
그런 것이 내가 정말 여자가 된 느낌이 들게 하는 공간인데…
그런 여자화장실에 가는 게 고역이라니…
나로서는 이해할 수가 없다.
그러니 성 소수자를 시디와 트랜스젠더로 구분해 봐야 아무런 의미가 없다.
시디도 개인마다 이렇게 성향이 다른데,
단 두 가지로 분류하는 건 무리지 싶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쪽 성향의 세계는 참으로 오묘하다.
여장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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