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장소설 92] 나는 게이인가? 시디인가?

나와 같은 성향을 가진 사람을 시디라 부른다는 걸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되었다.
시디 성향의 남자가 그렇게 많다는 게 참으로 놀라웠다.
지금껏 나 자신을 변태라고 생각했었는데…
자책감을 조금 덜 느끼게 되었다.
다른 시디들이 그랬던 것처럼 나 역시 처음엔 여자 속옷으로 시작했다.
동네 속옷 가게에서 브래지어와 팬티를,
그리고 차츰 인터넷에서 야한 슬립을 사서 입었다.
처음 여자 속옷을 입었을 때의 느낌은 정말이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그런 기분을 어떤 단어로 표현해야 좋을지 모를 정도로 황홀했다.
시간이 나는대로 동네의 속옷 가게를 돌며 섹시해 보이는 속옷들을 구매해 집으로 왔다.
집에 오면 몸을 정갈히 하고 사 온 여자 속옷을 입었다.
여자 속옷을 입은 채 잠도 잤다.
다음날 아침까지 여자가 되어 달콤한 꿈을 꾸었다.
그렇게 내 시디 생활은 시작되었다.
아직 외출 경험은 없다.
화장도 잘 못 한다.
그런 내가, 무엇에 홀려버렸는지 러버와의 만남을 두 번이나 가졌다.
남자가 남자를 좋아한다는 것이 이상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지만, 아무튼 만났다.
두 번 모두 여자가 아닌 남자의 모습으로 나갔다.
안에만 여자 속옷을 입고 갔다.
그렇게 와도 괜찮다고 상대가 말해 주었기 때문이다.
첫 번째 분은 내가 긴장할까 봐 내 몸이 준비될 때까지 기다려 주었다.
내 몸을 아기 다루듯 부드럽게 대해주었다.
자기는 키가 작고 피부가 부드러운 남자를 좋아한다며 내가 바로 그런 사람이라고 했다.
하지만 내 몸이 끝까지 준비되지 않자 내 앞에서 혼자 셀프 자위를 하고 떠났다.
욕을 하거나 돈을 돌려 달라고 하지는 않았다.
그분의 기분을 채워드리지 못한 내가 오히려 죄송스러웠다.
두 번째 분은 이전분과는 많이 달랐다.
마치 오늘이 아니면 날이 없는 것처럼 행동했다.
뒤에서 나를 붙잡고 놓아주질 않았다.
제발 그만하라고 소리쳤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내 인생, 가장 아픈 경험을 그날 밤에 했다.
지금 문득,
그 두 사람이 동시에 생각난다.
지나고 보니 둘 다 장단점이 있었다.
때로 부드럽게, 때로 거칠게 다뤄지고 싶은 나.
이게 정상은 아니지 싶다.
나는 시디인가 게이인가?
왜 이런 성향을 가지고 태어났는가?
나 지금, 야한 속옷을 입고 그 두 남자를 그리워하며 자위를 하고 있다.
남자 품이 몹시 그립다.

 

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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