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장소설 96] 우린 미친 사람들

평소에는 화장을 잘 안 하고 다닙니다.
가끔 특별한(?) 날에만 하지요.
최근 결막염 치료를 시작하면서 저 스스로 화장 금지령을 내렸죠.
그러나 지난 주말에는 중요한 일이 있어서 짙은 화장을 하게 되었는데요.
시디에게 중요한 일이란 게 뭐겠어요.
러버와의 만남 이후 눈이 조금 이상해서 오늘 안과에 갔는데 아래쪽 점막에 고름이 있다는 거예요.
염증이 점막으로 밀려 나와서 간호사가 닦아 주려고 점막을 벌렸다가 기겁을 하더라구요.
딱 한 번의 진한 아이라인과 쉐도우 때문에 염증이 왕창 올라온 거였어요.
염증도 염증이지만 얼마나 창피하던지…
연극하는 사람도 아니고 남자가 화장독 때문에 염증이라니…
저를 이상한 사람 취급했을 거예요.
이런 글을 쓰는 저는 시디입니다.
행복해지려면 여러 가지를 감수해야 하나 봐요.
이 글, 정상인이 읽으면 도무지 이해할 수 없겠죠?
“미쳤다. 미쳤어!”라고 말할 것 같아요.
저 역시 병원에서 나오면서 그런 생각을 했으니까요.
말이 시디지…
우린 미친 사람들이에요.

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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