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장일기 207] 60대 시디의 하소연

금요일.
아내가 저녁을 먹고 온다고 했다.
아내가 내게 이런 소식을 전하면 나는 가장 먼저 여장을 생각한다.
아내 없는 시간에는 무조건 여장 생각을 한다.
퇴근길.
지하상가를 지나오며 속옷가게 앞을 서성였다.
빨간색, 분홍색, 하얀색의 레이스 팬티와 브래지어가 너무도 예쁜 모습으로 진열되어 있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이것들을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 흥분되었고, 가슴이 뛰었고, 심지어 바지 안 그것을 들어올릴 정도였다.
하지만…이제는 틀렸다.
탈모약을 복용한 지 2년째.
탈모약의 부작용 중 하나가 성욕의 감퇴다.
설명서에는 복용자의 40%에서 그런 증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그러나…나의 경우 40% 안에 딱 걸린 듯싶다.
최근 몇 년 사이 아침에 잘 서지도 않고 여자 속옷을 보아도 전혀 흥분되지 않는다.
불과 몇 년 전,
오늘 같은 기회라면 나는 속옷가게에 들러 서너 개의 여자 속옷을 구매해 집으로 왔을 것이다.
그리고 아내가 없는 절호의 기회를 이용,
여자 속옷을 입으며 거울 속 내 모습을 바라보며 흥분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젠 끝났다.
아내가 부재한 절호의 기회, 금요일 저녁이었건만…
속옷 가게를 그냥 지나쳐 왔다.
도무지 흥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에휴~
시디, 부디 젊었을 때 하세요.
나이 들면 모두 허망해집니다.
성욕도, 여장 욕구도 모두 다 시들해 집니다.
소주 한 잔하고 있는, 어느 60대 시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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