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드레서 소설 108] 새벽 4시만 되면

오늘 새벽,
또 업심이 발동했다.
기온이 영하로 내려간다고 했는데 밖의 날씨가 어떨지 궁금하다.
“춥겠지? 아마도 추울 것이다.”라고 생각하며…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잠이 오지 않는다.
잠은 이미 깨어버린 상태.
자꾸만 외출 생각이 난다.
결국,
일어나 화장을 하고 여성용 속옷 – 팬티와 브래지어를 입는다.
팬티스타킹에 검은색 미니스커트를 입고 그 위에 두툼한 (여성용) 외투를 걸쳤다.
신발도 검은색 롱부츠.
그렇게 입고 거울 앞에 섰다.
예쁘다. 정말 예쁘다.
피부가 하얘서일까?
내 피부엔 검은색 옷이 참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지금 시간은 새벽 4시.
밖의 날씨가 궁금하다.
일기예보대로라면 지금 밖은 몹시 추울 것이다.
나는 빌라 3층에 산다.
이곳에서…
낮에는 남자로, 밤에는 여자로 살고 있다.
나는 크로스드레서.
태어나 처음으로 갖는 내 집에서 나는 지금 여자로 살고 있다.
매일 여자 속옷을 입고 자며, 주말엔 이렇게 외출도 한다.
그 삶이 너무나 행복하다.
현관문을 조금 열고 밖을 내다보았다.
온몸으로 차가움이 밀려왔다.
스타킹을 신은 다리가 몹시 떨려왔다.
발소리가 나지 않도록 조용히 계단을 내려간다.
지금 내가 여장한 모습으로 현관문을 나서는 걸 누군가 본다면…
아마 경악할 것이다.
2년간,
이 건물에 살면서 단 한 번도 내 여장한 모습을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았다.
이렇게 주말 새벽, 모두가 자는 시간에만 움직이기 때문이다.
거리를 내다보며 잠시 서 있었다.
스타킹 신은 다리 사이로 엄청난 추위가 몰려왔다.
이런 날씨에, 이런 옷차림으로 외출을 하는 건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쉽지만 외출을 포기해야 했다.
하지만 여장한 게 너무 아까워 계단에서 몇 장의 사진을 찍었다.
이 사진은 내일 시디 카페에 올릴 예정이다.
다시 방으로 돌아와 여장한 모습 그대로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화장은 지우지 않았다.
스타킹 신은 다리 사이로 아까와는 다른 따뜻함이 느껴졌다.
팬티스타킹 안에 손을 넣고 붉게 달아오른 그것을 만지작거리며 오지 않는 잠을 청했다.

크로스드레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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