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장소설 110] 기울어가는 시디카페

KTX에 몸을 맡긴 채 서울로 향했다.
출발지인 대전역에는 이별하는 커플들의 포옹이 여기저기서 눈에 띄었다.
나는 아침 안개에 젖은 철길 위로 밀려오는 그리움을 달래며…
달리는 기차와 하나가 되었다.
용산역에 도착해 서울에서의 일정을 모두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기 위해 종로역에 서 있었다.
그때 맞은 편 승강장에 그리운 사람이 서 있었다.
그리고 지난날이 떠올랐다.
당시의 나는 확신 못 하는 불안감이랄까?
뭔지 모르게 내 마음을 자신 있게 그에게 전할 수가 없었다.
내가 그를 바라볼 때마다 그는 눈웃음으로 인사했다.
숨이 막혀 오지만, 말을 건넬 수 없었던…
우린 그런 사이였다.
결국,
나는 타야 할 열차를 놓쳤고 아무 생각 없이 서 있었다.
맞은 편 열차가 도착하자 그녀는 뒤돌아보며 열차에 올라탔고 문이 닫히며 어디론가 사라졌다.
나의 착각일까?
그녀는 보이지 않을 때까지 나를 바라보며 그녀의 마음을 내게 전하는 것 같았다.
하얀 얼굴에 내가 무슨 말인가를 해주기를 바라던 그녀의 표정.
지금에야 너무나 소심했던 지난 날이 후회된다.
다시 볼 수 있다면 그녀에게 말하리라.
너를 좋아했었다고, 너를 사랑했었다고…
언제나 그렇듯 이곳 시디 카페에서 만난 사람들은…
6개월 전후로 항상 물갈이가 되는 것 같다.
처음에는 자신의 성향에 대해 모두 심각하게 고민하는 것 같아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전부 시들해지고 이제는 자취조차 찾을 수 없는 사람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나도 그러려니 하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오늘은 자주 보았던 그 많던 시디들의 흔적이 그립기만 하다.
시디 카페들이 점점 기울어가는 것을 안타까워 하며…
대전에서 어느 중년 시디가.

시디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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