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젠더 소설 112] 저희에게 신경 꺼주세요.

나는 트랜스젠더다.
내 나이는 17살이고 중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MTF 트랜스젠더로 정체화되었다.
지금 너무나 힘든데,
내 마음을 이야기할 곳은 단지 이곳뿐이라서 지금의 내 상태를 넋두리처럼 풀어보려 한다.
요즘 진짜 너무 힘들다.
다른 사람에겐 아주 당연한 것들이 내게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화장실, 탈의실, 병원, 이름 등.
저번에 응급실에 간 적이 있는데 간호사가 내게 환자 팔찌를 손목에 채워주었다.
여자는 분홍색, 남자는 파란색.
어떤 애가 지나가면서 왜 저 언니는 여잔데 파란색 팔찌를 차고 있냐는 뭐 그런 이야기를 했다.
분홍색 팔찌를 당연한 듯 차고 있는 그 여자아이가 너무나 부러웠다.
그리고 파란색 팔찌를 차고 있는 내가 역겹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항상 하는 생각들이 이렇게 성 정체성에 관한 것들이다.
나는 여잔데 왜 남자 몸을 가지고 있지?
왜 다들 나한테 남자라고 하지?
나는 분명 여잔데 왜 나는 여자로 살지 못하는 거야.
그냥 엄마처럼 여자로 살면 되잖아.
그런데 왜 나는 나를 남자로 생각하지 않지?
난 남자잖아.
이렇게 수염도 나고…
매일 이런 뒤죽박죽인 생각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우울증이 심하게 와서 정신과 약도 먹고 상담 치료도 받고 있다.
그런데 근본적인 원인.
그러니까 내 몸이 여자로 바뀌지 않는 한 나는 계속 우울해 하고 죽고 싶을 것 같다.
가족들에게 내 성 정체성 때문에 힘든 걸 이야기하면 어쩔 수 없다고,
그렇게 태어난 걸 어쩌겠냐고,
법적으로는 성별이 남자이기 때문에 남자로 행동해야 한다고 항상 그렇게만 말한다.
내 주변 누구도 내 성 정체성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가족들 마음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다.
지금까지 아들이었던 애가 어느 날 갑자기 나는 여자라고,
그러니 딸로 대해달라고 하면 어느 부모가 쉽게 받아들이겠는가.
그런데 이제 더는 못 견디겠다.
엄마는 어쩔 수 없다고만 하고 아빠는 이런 주제가 나오면 아예 아무 말도 안 하려고 한다.
아무리 그래도 자식이지 않은가.
자식이 너무 힘들고 죽고 싶다고 좀 도와달라고 하는데도 부모로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너무 슬프다.
나 때문에 부모님이 힘들어하시는 것 같아 차라리 태어나지 말았어야지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부모님 생각해서 목숨만은 끊고 싶지 않지만,
자꾸 손목을 긋게 된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트랜스젠더를 비롯한 성 소수자들에게 혐오 발언하시는 분들,
진짜 그러지 마세요.
잘 알지도 못하잖아요.
이렇게 안 살아봐서 모르잖아요.
이해가 안 돼도 같은 사람이예요.
제가 어떤 성별로 살든 님들이 상관할 바는 아니잖아요.
왜 그렇게 성 소수자들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냐고요.
이해 안 갈 수 있죠.
그러나 이해 가지 않는다고 해서 그렇게 혐오 발언을 막 하고 비하하고 그런 게 옳은 일은 아니잖아요.
그냥 그런 사람들도 있구나.
라고 이해해 주세요.
아니, 그런 건 바라지도 않아요.
그냥 혐오 표현만 하지 말아 주세요.
당사자들에겐 너무나 큰 상처가 된답니다.
그런 표현들이 한 생명을 죽게 할 수도 있는 거예요.
성 소수자는 정신병도,
뇌에 이상이 있는 사람도 아닌 여러분과 똑같은 사람입니다.
제발 저희들에게 신경 꺼주세요.

트랜스젠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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