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장소설 136] 나는 야한 화장을 좋아한다.

페티쉬 마니아들은 각각 좋아하는 특정 부위나 감촉, 모양 등이 있는데,
보통 다리와 스타킹, 하이힐이 거의 공통적이고…
그 외 옵션에 따라 팁토나 힙, 가슴 등의 부위라든지,
란제리(레이스),가죽, 레자 등의 재질 등을 선호한다.
그러나 나는 특이하게도 메이크업에 대한 집착이 있다.
페티쉬 사이트에서 나처럼 메이크업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나 싶어 찾아보았는데 한 명도 없었다.
어쩌면 이래서 내가 더 여장에 집착했는지도 모르겠다.
어려서부터 여성잡지에 나오는 화장법을 탐독하고,
방학 때면 아침방송에 나오는 메이크업 코너를 놓치지 않았다.
엄마의 화장품에 종종 손을 대기도 하면서…
중고등학교 때는 너무나 모범생으로 지내느라 전혀 신경 못 썼지만…
(속으로도 ‘이제 그런 거 할 나이가 아니잖아’ 라고 하며 치워버렸다.)
그러나 커서도 화장 예쁘게 하는 사람이 참으로 좋아 보였다.
나는 본판이 예쁜데 안 꾸미는 사람보다,
본판이 좀 안 되어도 가꾸고 꾸미는 사람을 더 좋게 본다.
물론 너무 과한 건 별로겠지만…
그래도 내 눈에는 일명 ‘야한 언니’들이 더 끌렸다.
흔히 말하는 ‘싸 보이는 이미지’는 이미지 자체가 싸서가 아니라 싼 언니들이 그런 이미지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모키 메이크업이 얼마나 획기적이고 섹시한 메이크업인데 아내는 싸 보인다고 한다.
비슷한 이유로 서클렌즈도 좋아하고.
(아직 없지만, 총알 생기면 지를 예정.)
속눈썹은 말할 것도 없고…
노는 언니들 말고 보통 여자들은 바퀴벌레 속눈썹을 별로 안 좋아한다.
또한 요즘 속눈썹 트렌드가 뭉치는 것보다는 한올 한올 깨끗하게 올리는 것이라서 잘들 안 하지만,
나는 바퀴벌레 속눈썹에 환장한다.
(바퀴벌레 다리 같다는 속눈썹, 혹은 파리 다리라고도 함.)
어제는 캠으로 채팅에 참여하려고 퇴근 후에 다이소에서 하나 사 왔는데…
(어차피 캠용이라 디테일이 그다지 필요 없는…다이소가 좀 투박하지만 사진발은 잘 받는다.)
제품 중에 가장 많이 팔린 걸로 (제일 많이 없어진 거) 고르니 역시 바퀴벌레였다.
그 다이소 매장 주변이 유흥가라서 그런지 아무튼 그랬다.
혹시라도 살 때 ‘왜 남자가?’라고 물어보면…
‘아~ 마네킹 코디하는데 쓰려구요’ 라는 답변을 생각해 뒀지만,
남자 직원은 그냥 이렇게 말했다.
“천원입니다.~”
차라리 물어보는 게 좋은데…
그렇다고 절대 내가 메이크업을 잘한다거나 그런 건 아니다.
피부도 왕 귤껍질이라 웨딩 촬영 때 말고는 화장을 해 본 적이 없다.
그냥 색조만 조금 찌꺼려 봤을 뿐…
(화장/메이크업 이라 함은 기초부터 색조까지 풀 코스를 이야기합니다. 립스틱 하나 칠한 걸 가지고 화장이라고 하지는 않음.)
다시 이야기로 돌아와서…
연애 시절, 여자 친구(현 아내)가 내 자취방에 놓고 간 화장품이 몇 개 있었는데…
그 중 여자 친구가 버리려던 립스틱이 있었다.
여자 친구에게는 보통 진한 립스틱이 잘 어울려서 전에 떨이 제품 하나 산 게 있었는데,
(완전 피 색깔에 검붉고 시뻘건 색)
여자 친구를 보낸 후 나는 그것을 이용해 자취방에서 홀로 여장을 했다.
근데 문제는 색이 아니라 싸구려라 그런지 입술이 타들어 가더라는…
여장을 즐긴 후 잘 닦아내도 30분간 입술이 얼얼거렸다.
(이런 걸 여자들은 종일 해야 하니 화장품은 역시 좋은 걸 써야 한다.)
그런데 패션도 메이크업도 유행은 계속 바뀌니까 4년 전에는 네츄럴메이크업이 대세였다.
(그… 있잖아요 왜…화장품 한 20가지 쓰고는 투명화장법이라고 하는…)
그래서 여자 친구보고 립스틱 좀 사라고 닦달했지만 다들 투명하고 티 안 나는 일명 누드톤 립스틱만 샀다.
그래서 이때는 화장품 쓰는 게 정말 재미없었다.
이유는…
내게 화장이라 함은 빨갛고 분홍인 것으로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나는 야한 화장을 좋아한다.

화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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