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장소설 139] 스타킹 마니아에겐 천국같은 직장

아주 오래전,
대형마트에서 아르바이트할 때의 경험이다.
때는 2002년,
우리나라에서 월드컵을 개최하던 해였다.
그때 내 나이 20대 초반이었고,
그런 대형매장에서 일을 하는 것은 처음이었기에,
또한 낯선 손님들을 상대로 하였기에 얼굴 붉히는 날이 많았다.
더구나 행사하는 여직원들의 미니스커트와 팬티스타킹에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 고생 좀 했었다.
그러나 일이 차차 익숙해지면서 일 열심히 한다는 칭찬도 받고…
군대 가기 전 학비를 벌어 놓으려고 나름 열심히 일했다.
대형매장 행사라서 그런지 나름 얼굴을 보고 뽑는 모양인지,
예쁜 애들(누나, 동생)이 참 많았다.
참이슬 누나, 소주 상자 내려주다 친해지고,
콘플레이크 여동생, 과자 상자 내려주다 친해지고…
아무튼 나름 즐겁게 일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매장 지하에는 직원용 탈의실과 휴게실이 있다.
그때가 5월 초라서 여직원들 대부분은 스타킹을 신고 다녔다.
당시 휴게실에는 수면실도 따로 있어서,
아무리 속치마를 입었어도 힐을 벗고 라꾸라꾸 침대에 누우면 보지 않으려 해도 여성의 야릇한 곳이 보이기에 한창 때의 나를 미치게 했다.
게다가 휴지통에는 음료수 캔 외에도 살구색과 커피색 스타킹이 하루에도 수십 개씩 버려져 있었다.
대부분 실내 및 화장품 매장에서 일하는 누나나 동생들 것이라 향기도 얼마나 좋았던지…
지금도 후회되는 게,
그때 왜 그 많은 스타킹을 득템하지 않았는지,
또 득템을 했어도 왜 한 번만 재미를 보고 버렸는지…
아마 그때는 득템마저도 범죄란 생각에 겁이 났던 모양이다.
그건 그렇고,
여자 탈의실은 남자 탈의실을 가기 전에 있어서 항상 문이 열려있었고 안에 캐비닛이 보인다.
나는 야간에 그곳을 몰래 드나들었는데
캐비닛 위에는 그날 갈아신고 간 팬티스타킹도 있었고 새 스타킹도 놓여 있었다.
갈아신은 팬티스타킹에서는 야릇한 향수 냄새 같은 게 났었고,
올이 나간 스타킹도 그냥 아무렇게 놓여져 있었다.
다들 알겠지만 그런 곳에서 검정 스타킹을 신는 여자는 거의 없다.
모두가 커피색 아니면 살구색인데 하루에도 대략 10개씩 득템할 수 있었고
간간이 팬티스타킹도 얻을 수 있었다.
그곳에서 1년 넘게 일을 했으니 마음만 먹으면 하루에 5개씩만 주워도 1년이면 무려 1500개가 넘는다.
더구나 화장실이 아닌 캐비닛 위나 휴지통 등에 있었으니 그냥 줍기만 하면 되는 거였다.
스타킹 마니아에게는 그야말로 천국 같은 직장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건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지하 창고 중 하나에 속옷 창고가 있었는데
그곳엔 비싼 수입품 팬티스타킹도 있어서 가끔 스타킹만 빼서 보안에 걸리지 않도록 아예 바지 안에 입고 집으로 온 적도 있었다.
지금은 모두 지나간 일이고, 철없었을 때의 일이다.
너무 변태적인 행동이라 후회되기도 하지만
가끔은 그 시절로 돌아가고픈 마음이 들곤 한다.

스타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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